기업 신용등급 줄줄이 깎여
유동성 위기 STX그룹 ‘투기’ 등급 강등...건설·해운도 하향
[매일일보]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정기평가를 앞두고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중소형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진 신용등급 강등이 건설사와 해운사 등 대형업체로까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신용평가사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가 시작된 4~5월에 유효등급이 하향 조정된 사례는 총 16건으로 집계됐다.
유효등급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로부터 가장 최근에 부여받은 2개의 신용등급 중 낮은 등급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인정되는 신용도를 뜻한다.
올해 4∼5월 BBB등급에서만 총 9건의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BB등급과 B등급에서는 각각 3건, 2건의 신용등급 강등이 있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STX그룹의 계열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STX, STX엔진, STX조선해양 등 STX그룹 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총 7개사의 유효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신평사들은 STX,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팬오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중 ‘BBB-’까지는 투자적격이지만 ‘BB+’ 이하는 투자부적격(투기) 등급이다.
1분기 실적 부진을 겪은 GS건설과 SK건설의 신용등급도 최근 강등됐다.
신평사들은 지난달 24일 일제히 GS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SK건설의 등급은 ‘A+’에서 ‘A0’로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앞서 지난 2월 현대상선의 채권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고 지난달 31일에는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은 ‘A-’을 유지한 채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평사들의 정기평가 시즌인 6월에 한꺼번에 부실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경우 ‘뒷북’ 논란에 시달릴 수 있어 지난 4∼5월에 사전적 하향 조정에 나선 것”으로 판단했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재무안전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됐던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6월 정기평가에 제대로 조정된다면 이후에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감소하고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