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오·폐수 무단 방류’ 의혹, 경찰 수사 본격화
고발인 “정화되지 않은 콘크리트 폐수, 형산강에 배출”
2013-06-03 성현 기자
포항 남부경찰서는 롯데건설을 오·폐수 무단방류 혐의로 고발한 형산강 내수면 어업허가권자인 제모(52)씨와 김모(47)씨를 3일 오전 10시 고발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이들은 포항하수처리장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공사 주간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이 공사를 진행하며 정화되지 않은 폐수를 형산강에 그대로 방류해 자신들의 어업(채취) 대상인 재첩이 모두 폐사했다고 주장, 지난달 27일 경찰에 고발했다.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공사는 포항하수처리장에서 형산강으로 버려지는 방류수를 재처리해 포스코 국가산업단지와 포항철강공단에 공급하는 시설을 만드는 공사다.
총사업비는 1258억원 규모로 롯데건설은 전처리 분리막과 역삼투설비 등을 갖추고 공급관로 11.81km를 매설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공사 위치는 포항 상도동 포항하수처리장 일대다. 공사가 완료되면 하루당 10만t을 공업용수가 공급된다.
환경부가 지원하는 첫번째 지자체 민자사업이자 국내 최대 시설로 주목받았다. 민간제안사업(BTO, Build-Transfer-Operate,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으로 롯데건설 외 참여업체로는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KB자산운용, ㈜GS 등이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 앞서 “포항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공사 과정에서 시공사인 롯데건설 측이 지난 4월 초 오염된 폐수를 무단 방류해 재첩과 물고기, 야생오리가 폐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와 제씨의 어업 허가구역은 공사장과 불과 10~20m 차이다.
김씨는 이어 “재첩이 하나도 없던 형산강에 어업허가를 받아 지난 2003년부터 종폐(재첩 새끼)를 뿌리고 개체수를 늘려왔다”며 “하지만 롯데건설이 폐수를 방류하는 바람에 올해 수확철인 5월부터 8월 말까지 재첩 채취를 못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강바닥을 파서 관을 심은 다음 시멘트로 메꾸는데 재첩이 남아있겠냐”며 “설사 재첩이 공사와 오·폐수 방류 속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식용으로 팔수 있겠냐”고 강조했다.
김씨의 제씨의 피해 규모는 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김씨 등은 포항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포항시 관계자는 “어업 허가 당시 공공사업으로 인한 보상을 요구하지 못한다는 조건을 두 허가권자가 수용했고 공사장과 허가지역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지만 시 관계자가 롯데건설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에서는 어업허가 조건을 이유로 보상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데 우리는 시가 아닌 시공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시민의 편에서 공정한 업무를 행해야 하는 공무원이 시 고문변호사가 존재함에도 막대한 손해를 입힌 대기업 롯데건설 말만 듣고 내린 편파적인 답변”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63조 1항에는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해당 공익사업시행지구 인근에 있는 어업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시행자는 실제 피해액을 확인할 수 있는 때에 그 피해에 대하여 보상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씨는 “(도로 공사 등의) 공공사업이라도 집 담이 무너지고 건물이 흔들리면 공사를 한 시공사가 책임을 지듯이 이번 폐사의 피해도 (롯데건설이) 보상해야 된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건설은 오·폐수 방류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김씨 등은 지난 4월 2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현장을 찾아 이를 직접 확인했으며 증거 사진은 물론 동영상도 확보한 상태다.
반면 롯데건설 측은 오폐수를 방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요즘 같은 세상에 오폐수 무단 방류가 말이 되느냐”며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형산강은 겨울 철새의 대표적인 이동경로다. 이곳을 찾는 조류로는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와 천연기념물 243호인 흰꼬리수리, 멸종위기야생보호동물1급인 혹고니를 비롯해 청둥오리, 흰비오리, 홍머리오리, 고방오리, 황조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