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철밥통 경영 ‘내맘대로’
‘가스, 전기 과다책정 부과’…모럴해저드 심각
이사회 ‘거수기’ 전락…직원자녀에 가산점 부여하기도
부실, 방만경영 실태 실질적 혁신방안 마련 필요
2006-08-01 심재원 기자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일부 공기업들이 공공요금을 과다책정, 부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공기업 경영혁신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발표, 39개 공기업과 자회사의 경영혁신 추진실태를 감사한 결과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일부 공기업들이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한 공공요금 산정 시스템에 따라 공공요금을 과다 징수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전은 전기요금을 2002~2003년 2년동안 연간 4700여억원을 과다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천연가스 도매요금 산정시 2001~2003년까지 총괄원가 1042억원을 과다 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기업들이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 민영화법 등 3개 법률에 따라 각각 다른 체계로 관리되면서 효율성.투명성이 떨어지고 이때문에 부실.방만경영이 초래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우선 공공요금 산정기준이 불합리해 가스공사는 가스설비공사 준공지연으로 감가상각비가 예상보다 줄었는데도 이를 조정하지 않은채 원가를 과다산정해 지난 2001∼2003년 천연가스 도매요금을 ㎥당 4원씩, 총 1천42억원을 과다징수했다.또 전기요금은 송.변전부문과 판매부문, 발전부문의 원가를 모두 합한 총괄원가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발전부문에 대해서는 지난 2001년부터 자회사의 이윤이 포함돼 있는 전력구입비로 요금을 산정해 결국 2002년 ㎾h당 0.25원, 2003년 ㎾h당 1.36원을 더 많이 징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두해동안 과다징수한 돈은 4천700억원이다.고속도로 통행료도 기본요금 산정주기를 최대한 짧게 잡아야 하는데도 5년 단위로 길게 설정, 기본요금이 부정확하게 산정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공기업의 부실.방만경영 실태도 드러나 석유공사는 정부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2002년 24%(정부기준 6%), 2003년 12.4%(5%)의 임금을 인상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영진은 이사회에 정부 기준만큼만 올린 것으로 허위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한국수력원자력㈜ 등 19개 공기업 자회사도 최근 3년간 인건비를 정부투자기관 평균치(7.1%)의 배인 연평균 14.2%씩 올렸으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임직원 인건비가 평균 5천600만원을 기록, 정부투자기관 평균치(4천400만원)보다 1천200만원이나 많았다.가스공사는 작년 9월 정부방침을 어기고 현장근무체계를 기존 4조3교대(주당 42시간)에서 5조3교대(33.6시간)으로 부당하게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더욱이 경영진의 이러한 부실.방만경영 행태를 견제해야 할 이사회는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해 한국감정원 등 9개 기관은 비상임이사의 의견제시로 안건이 수정 또는 부결된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공기업 자회사는 모회사의 인사적체 해소수단으로 악용돼 가스공사 자회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의 경우 상임 및 비상임이사 6명 전원이 모회사 전.현직 임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공기업의 부실.방만경영 행태가 빈발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허술한 관리체계에 있다는 분석이다. 공기업은 대부분 소유구조와 성격이 유사해 일원화된 법률체계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조폐공사 등 13개 기관은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6개 기관은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 인천공항공사 등 3개 기관은 민영화법에 따라 각각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63개 자회사는 상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연적으로 정부의 관리.감독이 부실해져 상당수 공기업이 불요불급한 예산을 집행하거나 인건비를 과다 인상하고 있으며,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이사회는 사실상 거수기 역할만 수행해 내부통제시스템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석유공사는 지난 2002년 정부 지침(6%)보다 18% 포인트나 높은 24%의 임금을 인상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영진은 이사회에 정부 지침대로 6%만 인상한 것으로 허위 보고했다. 이사회는 물론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원안대로 의결했다. 2002년부터 작년까지 정부지침보다 임금을 많이 올린 공기업은 총 13곳이었다. 또 가스공사는 작년 2월 정부가 5조3교대 근무방침을 불허했는데도 불구, 신규충원 인력 105명을 정압소 등 1인 근무 교대지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5조3교대를 편법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경영진은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문서없이 구두로만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체감사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내부시스템도 허술해 도로공사 등 13개 공기업이 집단적인 감사위원회 대신 `1인 감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및 인사관리상의 허점도 드러나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영업소 202개소의 통행료 업무를 외부용엽업체에 위탁하고도 각 영업소에 공사직원을 4-5명씩 배치해 연간 211억원의 인건비를 부당하게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주택관리공단과 한국조폐공사는 상시인력 644명과 106명을 정원외 인력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회사가 수의계약을 통해 자회사를 부당지원한 사례도 적발됐는데 한국전력은 출자회사인 한전KDN이 광케이블 및 배전자동화시설 공사를 직접 수행하지도 않고 제3의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데도 수의계약 방식으로 한전KDN에 공사를 계속 발주해 4년간 168억원의 비용을 추가부담했다. 이밖에 한국남동발전 등 6개 발전회사는 소액주주가 전혀 없어 소액주주 대표소송 등 보험사고 발생위험이 거의 없는데도 임원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6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공기업 부실.방만경영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이어졌다. 가스공사는 원가를 과다산정해 소비자들로부터 천연가스 도매요금을 2001년부터 3년간 총 1천42억원을 과다징수했으며 한국전력은 2002년부터 2년간 약 4천700억원을 과다하게 징수했다. 한국전력의 경우 작년 3월 전기요금을 1.5% 인하해 직전 2년동안 과다징수한 전기요금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긴 했으나 요금산정 체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요금과다 징수현상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지적됐다. 공기업들이 민간기업에 대한 대금지급 조건을 자회사보다 불리하게 적용하거나 공사계약 체결시 신규업체의 진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순수 민간기업에 피해를 준 사례도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