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취직 44세 정년, 대한민국 월급쟁이들
숫자로 풀어 본 올 상반기 채용시장
2010-07-07 이명신 기자
[매일일보] 6년 여의 대학재학 기간을 거친 후에도 끝 모를 취업난으로 113만 청년 니트족 대열에 합류하는 신세가 될지 모른다. 괜찮은 일자리에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지난해보다 40%나 줄고, 인턴만 4배 가까이 늘었다. 스펙을 쌓고 취업 경쟁력을 높이려 졸업을 미루다 보니 취업을 해도 이미 우리 나이 서른이 가까워진 늙은 신입사원. 임원이 되려면 21년이 걸린다는데, 예상정년은 44세에 불과하다…… 먼 미래의 일을 다룬 가상현실이 아니다. 올 상반기 채용시장에서 숫자로 드러난 트렌드들을 엮어 보면 이 같은 얘기가 만들어진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060300)는 올 상반기 채용시장에서 나타난 주요 트렌드들을 숫자로 풀어 정리했다. # 6 = 대학 재학기간 올해 졸업한 대학생들이 대학에 머문 기간이다. 인크루트가 올 2월 대학을 졸업한 1만 1천 161명의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입학에서부터 졸업까지 평균 6년이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1999년 졸업생의 대학 재학기간이 5년 7개월이니 약 5개월이 늘어난 것이다. 4년제 대학이 6년제가 돼 가는 셈이다. 성별로 나눠보면 군 복무를 해야 하는 남학생이 7년, 여학생은 4년 7개월을 재학하는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 113만 = 청년 니트족의 숫자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보고서에서 밝힌 ‘한국형 청년 니트족’의 숫자다. 한국형 청년 니트족은 괜찮은 일자리가 나올 때까지 장기간 취업 준비 상태에 머물면서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도 않는 15~29세의 청년층을 일컫는 말. 113만명에 이르는 청년 니트족 숫자는 공식적인 청년 실업자(32만 8천명)의 거의 세 배에 달했다. 버젓한 직장의 정규직이 못 될 바에야 집에서 쉬겠다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 4와 40 = 전년대비 정규직과 인턴 채용규모 올해 주요기업들의 전년대비 채용규모 변화를 나타내는 숫자다. 인턴은 4배 늘고, 정규직은 40% 준다는 뜻이다. 지난 3월 인크루트가 600여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2009년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인턴이 전년 대비 4배 가까이(3.7배) 늘어날 것으로 나타난 반면, 정규직은 40% 감소할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정규직의 감소분을 인턴 채용으로 상쇄하는 모양새다. 인턴 모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힘든 상황에서 결국은 신규 ‘괜찮은 일자리’는 줄어든다는 결론이다. # 29 = 남자 대졸 신입사원 나이 지난해 힘든 관문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남자 대졸 신입사원의 나이다. 인크루트가 2008년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의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다. 만 29세(28.7세)이니 우리나라 나이로는 서른이 넘게 되는 나이다. 10년 전인 1998년에 입사한 남성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나이가 만 26세(26.0세)이니 꼬박 세 살 가까이 많아진 것이다. 대졸 신입사원이 갈수록 늙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대학 재학기간이 늘어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실업상태가 아닌 재학상태에서 취업준비를 하려고 졸업을 미루기 때문. 스펙쌓기를 위해 한 두 번의 휴학은 기본이 돼 버린 풍토 역시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이다. # -162만 = 대졸초임 감소폭 대기업의 대졸초임 감소액이다. 바늘구멍인 대기업 취업문을 뚫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보다 대졸초임이 줄어들었기 때문. 인크루트가 올 4월, 주요 대기업의 대졸초임(고정급 기준)을 조사한 결과, 평균 3천 97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의 3천 259만원보다 162만원 줄어든 금액이다. 기업들의 대졸초임 축소 움직임과 정부의 잡셰어링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 21과 44 = 임원 승진기간과 예상정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에 성공했다 해도 그게 끝은 아니다. 직장생활의 시작일 뿐이다. 인크루트와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신입 입사 후 임원이 되는 데는 평균 21년 정도가 걸린다. 작년 신입사원의 입사나이(만 29세)를 기준으로 꼬박 50세가 돼야 임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그 전에 회사를 그만둘 것으로 보고 있었다. 직장인들의 예상정년 조사를 했는데 평균 44세로 나타난 것.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하면, 입사 15년 후엔 회사를 그만둘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임원이 되려면 아직 6년 이상은 더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인터넷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