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여성가족부 이정옥 장관이 여야 합의로 발언을 금지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앞서 이 장관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의 잇딴 성추문으로 인해 치뤄지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의 기회"라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불렀고, 개각 대상 영순위로 꼽히게 됐다.
야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여가위 회의에서 "지난달 5일 이 장관은 박원순, 오거돈 권력형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대해서 집단 학습 기회라며 보궐선거 호도 발언을 했다"며 "장관이 입을 떼는 순간마다 국민은 실망하고 피해자는 상처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이 (야당의 사퇴 요구에도) 계속 버틴다고 해서 산적한 법안을 외면할 수 없다"며 "이에 여야 합의로 이 장관의 발언을 제한한 채 (전체회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처럼 발언금지를 통보한 뒤 이 장관을 향해 "장관은 얼마나 무거운 자리에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 장관 발언 논란 이후 이 장관이 사퇴할 때까지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관의 발언 제한 합의를 전제로 회의에 참석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청소년성보호법) 4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성폭력방지법) 5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5건 등 14개 법안이 가결됐다. 특히 이른바 '조두순 방지법'으로 불리는 청소년성보호법은 성범죄자의 실제거주지 공개 범위를 기존 읍·면·동에서 도로명 및 건물번호까지 구체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아동·청소년에 대한 가해자 및 대리인의 접근금지 범위에 유치원을 추가하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사실 신고 의무기관에 학생상담 지원시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대중문화예술기획업소 등을 추가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절차를 거친 뒤 정기국회 본회의로 넘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