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2020 삼성 이재용 인사를 바라보는 실망감

2021-12-03     송영택 기자
송영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영면하고 뒤를 이어 삼성그룹을 이끌어 나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020년 첫 인사는 실망스럽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안정 속 쇄신’이라고 선전하지만 그야말로 ‘현실안주’라는 용어가 더 어울린다. 이유는 반도체(DS부문) 김기남, 생활가전(CE부문) 김현석, 스마트폰(MI부문) 고동진 등 대표이사 3인을 모두 유임시키면서 각 부문 핵심 사장을 교체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 이정배 부사장을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으로, DS부문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 최시영 부사장을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으로, 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장 이재승 부사장을 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진교영 사장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으로,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 정은승 사장을 DS부문 CTO 사장으로 이동 시겼다. 이는 사업부문별 최고 책임자인 가장 윗선은 그대로 둔 채 허리부문 책임자를 교체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인사는 변화와 혁신이란 용어와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이번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겪고 있는 사법리스크와도 무관하다. 이 부회장이 내세운 은 ‘뉴삼성’이란 비전과 목표와도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말로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발전적인 삼성을 꿈꾼다고 했지만 의사결정 자체는 결코 ‘뉴삼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세계를 무대로 펼쳐 나갈 활약상을 보고 싶어 하는 한국 국민들의 기대치와는 거리감이 있다. 이 부회장은 조부인 이병철 회장과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매 순간마다 닥쳐오는 경영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인재제일의 삼성을 만들기 위해 ‘신상필벌’의 원칙을 지키면서 인재를 육성하고 선발하는 데 정성을 쏟아 왔던 것을 꼭 짚어보길 바란다. 이병철 회장은 경영철학을 담고 있는 호암자서전에서 인사에 대한 중요함을 설파했다. “나는 내 일생을 통해서 80%는 인재를 모으고 기르고 육성시키는데  보냈다. 조직이 사람을 움직이는 기업은 망하지만 사람이 조직을 움직이는 기업은 발전한다.”  그러면서 “남이 진취적으로 무슨 일에 도전하는 일에는 왈가왈부의 비평을 많이 하면서도 스스로 도전해 볼 생각은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서 이런 부류의 사람을 싫어했다. 선대 회장은 '무한탐구'와 '무한정진'을 기업가가 가져할 태도라고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 역시 인재를 데려오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2002년 6월 ‘S급 핵심인력 확보 양성 사장단 회의에서 “S급 인재 10명을 확보하면 회사 1개보다 낫다. 그런 S급 인재는 사장이 직접 발로 뛰어다녀도 찾을까 말까다. S급은 찾는데만 2~3년 걸리고 데려오려면 1~2년 더 걸린다”면서 인재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기준으로 10만8998명이 일하고 있으며, 매출은 230조4000억원 규모, 연구개발비로 20조1900억원을 투입하고, 법인세로 8조6900억원을 국가에 내고 있는 기업이다. 이런 글로벌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선 일반인보다 탁월한 안목과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을 이끌어 가기 위해선 욕을 먹더라도 컨트롤타워 ‘글로벌경영전략실(가칭)’을 재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