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재정 악화가 ‘롤러블폰 패널’ 발목 잡았나…LG전자, 中 BOE 선택
LG디스플레이, 6분기 연속 적자 기록…자금 유동 ‘비상’
‘脫LCD, OLED 대세화’에 자금 집중…‘중소형 롤러블’ 진출 여유 없는 듯
롤러블TV 상용화 성공하며 기술력 입증했지만 스마트폰에선 중국에 밀려
2021-12-06 정두용 기자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LG전자가 중국 BOE와 함께 롤러블 스마트폰을 개발 중인 점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같은 그룹사인 LG디스플레이와 협력하지 않고 BOE를 선택한 점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이유론 중국 기업의 ‘가성비’가 꼽히지만 실제론 LG디스플레이의 ‘재정 악화’가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롤러블폰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전략 스마트폰 ‘LG 윙’을 출시하며 콘셉트 이미지를 공개, 차기작이 롤러블폰임을 공식화했다.
롤러블폰은 화면이 돌돌 말리고 펼칠 수 있는 형태라 디스플레이 기술이 핵심으로 꼽힌다. LG전자는 롤러블폰에 BOE의 플렉시블(Flexible·유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협력해 세계 첫 롤러블TV ‘시그니처 올레드 TV R’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스마트폰에선 중국 기업과 손잡았다.
롤러블폰은 폴더블에 이은 차세대 스마트폰 폼팩터(기기 외형)로 미래 가치가 높다. 시장 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는 폴더블·롤러블 스마트폰 시장이 연평균 80% 성장해 2025년 7000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규모는 1053억 달러(약 114조3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이런 대형 시장 선점에 같은 그룹사를 제쳐두고 중국과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스마트폰 사업에서 장기 부진을 겪고 있는 LG전자가 결국 BOE의 가성비를 선택한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가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렸겠지만, 신규 생산 라인을 구축할 자금이 부족한 점도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겪었다.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악화된 재정 상태를 회복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다. 여기에 액정표시장치(LCD) 위주의 기존 구조에서 OLED로의 전환에 수조원의 금액을 투입해야 한다. ‘적자 늪’을 이제야 빠져나온 상황에서 스마트폰용 롤러블 패널 생산 설비까지 마련할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조3594억원, 올해 상반기 878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8년 4조4841억원에서 지난해 2조7065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재고자산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 연속 늘면서 2조6912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LCD 생산 감축 등으로 지난해 이를 2018년 대비 23.8% 줄인 2조512억원으로 만들긴 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늘어나는 부채도 문제다. LG디스플레이의 부채는 2018년 18조2895억원에서 지난해 23조863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24조144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22.86%에서 지난해 184.86%까지 상승했다. 올해 부채비율은 198.73%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가 내년 상환해야 되는 회사채 규모는 5000억원에 이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 같은 LG디스플레이의 재정 악화를 반영해 지난 2월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몸집 줄이기’로 대응하고 있다. 직원수는 지난해 1분기 3만230명에서 올해 2만6312명으로 3918명(13.0%)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의 미등기임원도 111명에서 92명으로 19명(17.1%) 줄었다. 탈(脫)LCD를 이루는 데에도 벅찬 데 불확실성이 높은 신규 시장 진출까지 넘볼 상황이 아닌 셈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기술력이 부족해서 중소형 롤러블 패널 생산에 나서지 못하는 건 아닐 것으로 본다”며 “LG전자에서 생산 시설 구축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2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모바일 사업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