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내년에는 전세가격 상승이 멈출까
[이은형 문화칼럼니스트·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정부가 제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은 매입임대는 물론 택지지구의 추가발굴을 통한 아파트의 공급까지도 포함한다. 공급부족은 공급으로 풀어야하는 것이 맞기에 정책방향에는 이견이 없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의 경우에는 착공부터 입주까지의 소요기간만도 짧지 않기에 현재로서는 향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때문에 세간의 관심은 주로 매입임대로 쏠리고 있다. 하지만 매입임대는 한계가 명확하기에 임시처방으로 봐야 한다. 왜냐하면 정부가 공공기관을 통해서 민간주택을 매입하고 임대로 제공한다고 해서, 기존에 없던 주택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개입이 없었다면 아예 공급되지 않았을 물량이 아니라면 시장에 있는 주택의 총량은 동일하기에 전세물량을 늘리는 효과는 미미하게 된다. 더구나 시장에서 지목하는 지금의 전세난은 기본적으로 아파트를 다루기에 수요와 공급의 대상에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가격의 왜곡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매입임대를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매입임대 물량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인근의 임대매물보다 낮게 임대료를 책정한다면, 임대시장에서 일종의 로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질좋은 평생주택이란 관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주택의 디자인, 자재와 마감 등을 포함한 품질을 높이는 것은 건축비용의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런 비용이 시세와 비슷한 임대료로 반영된다면, 수요계층이 임대가 아닌 매매수요로 돌아설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수요자는 월세와 전세같은 여러 요인들도 감안한다. 그렇다고 임대료를 마냥 낮춘다면 그만큼의 몫을 다른 방법으로 충당해야 한다. 또한 공공에서는 재원과 소요비용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이 필수적이다.
이 밖에도 여러 대안들이 정부대책에 실려있지만 전세난의 조속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실물주택을 단기에 얼마만큼 공급할 수 있느냐는 쟁점이 애초부터 기존의 부동산정책들과 밀접하게 연계되면서 나타난 사안이기 때문이다.
가령 올해 시행된 임대차 2법의 목적은 시장안정이었다. 하지만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정책의도와는 달리 임대시장, 특히 전세시장의 시세급등을 초래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수의 세입자들이 임대료가 사실상 동결된 기존의 주택에 눌러앉으면서 입주가능한 매물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혼부부같은 신규전세수요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했다.
이렇게되면 임대계약의 건수가 감소하더라도 임대가격은 신규 세입자가 추후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것까지 반영해 오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입주가능매물에는 프리미임이 붙는다. 임대차법 등에 명시된 기간이 있기에, 정책의도가 선하더라도 급작스럽게 도입된 제도의 이런 부작용을 완벽히 보완하기는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그간 정부가 실행한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규제가 이런 상황에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재고(再考)해야 한다. 주택시장은 매매와 임대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이뤄지고 임대시장은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하지만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등을 투기세력이라는 프레임에 맞추고 규제를 통해 보유주택의 매도를 유도한 것은 임대매물의 감소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이런 이유들로 내년 임대시장도 쉽게 안정되기는 요원해 보인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