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PC RPG 갈증 푼다”…카겜, 상장 후 첫 작품 ‘엘리온’ 오픈
모바일 중심의 게임 시장에 ‘단비’…대형 PC MMORPG 출시 2년만
국내선 이례적으로 ‘바이투플레이’ 방식 도입…충성 고객 확보 목표
스킬 커스터마이징·논타겟팅 액션 등 ‘강점’
2021-12-10 정두용 기자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오랜 시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기다려온 이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게임.”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는 10일 오후 2시 그랜드 오픈한 PC 게임 ‘엘리온(ELYON)’에 대해 “정통 MMORPG의 재미와 창의적 혁신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발휘하며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며 이같이 자신했다. 엘리온은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9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출시하는 첫 게임이다.
엘리온은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10월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이날 오픈을 확정한 이후로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게임시장 중심이 모바일로 옮겨간 뒤 열기가 식은 PC MMORPG 분야에서 모처럼 나온 대작이기 때문이다.
PC MMORPG는 그간 ‘가뭄’을 겪었다. 개발사들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성공 가능성이 낮은 PC보단 접근성이 쉬운 모바일에 역량을 집중했다. ‘대형’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가장 최근 게임이 2018년 11월 출시된 스마일게이트RPG의 ‘로스트아크’일 정도다. 엘리온 출시는 그간 PC MMORPG를 기다려온 팬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라 개발 과정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엘리온은 개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장르적 특성뿐 아니라 개발사의 역량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엘리온은 크래프톤 소속의 ‘블루홀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게임이다. 크래프톤은 그간 ‘배틀그라운드’와 ‘테라’ 등 시장에서 인기를 끈 작품들을 선보이며 개발력을 입증해왔다.
엘리온의 흥행 여부는 최근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카카오게임즈의 추후 사업 확장에 주요 기점이 될 전망이다. 국내 PC MMORPG가 초반 ‘반짝’ 흥행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기에 카카오게임즈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PC MMORPG의 부진 원인으로 ‘부분 유료화’ 운영 방식이 꼽힌다. 무료 접속하는 대신 아이템 구매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모델이다. 이는 초기 고객 모집엔 장점이 있지만, 이용자의 피로도가 높아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초기에 많은 이용자가 몰려 서버를 증설했지만 종국에는 이용자가 줄어 유지비용만 높아지는 ‘악순환’이 국내 PC MMORPG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이 같은 고질적 문제에 해결책으로 제시한 운영 방식은 ‘바이투플레이(Buy-to-play) 비즈니스’ 모델이다. 카카오게임즈는 크레프톤과 협의해 엘리온에 국내 PC MMORPG에선 이례적으로 ‘이용권’을 판매하는 모델을 도입했다. 9900원 내면 평생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 양사는 초기 이용자 모집보단 장기 고객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엘리온 가맹 PC방에서는 무료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 방식은 국내엔 다소 생소하지만 해외 시장에선 통용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엘리온을 북미·유럽 등에서 내년 서비스를 목표하고 있는 만큼 확장성을 담보하기에도 적합하다.
엘리온은 포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양 진영 ‘벌핀’과 ‘온타리’의 모험과 전쟁의 세계를 담고 있다. 수천가지 조합으로 나만의 전투를 완성 시키는 ‘스킬 커스터마이징’과 조작의 재미를 선사하는 논타겟팅 액션, 진영전(RVR) 사냥터 ‘차원포탈’, 요새를 점령하는 길드 콘텐츠 ‘클랜전’ 등이 특징으로 꼽힌다. 카카오게임즈는 그랜드 오픈을 기념해 빠르게 참여할수록, 게임 플레이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수록 큰 보상으로 이어지는 혜택 이벤트도 마련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국내 PC MMORPG가 장기적으로 서비스되지 못한 점들을 분석해 도전적인 운영방식을 도입했다”며 “팬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엘리온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