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공동문안 ‘옥동자’ 출산 산통
북.중, ‘평화적 핵활동 인정’ vs 한.미, ‘전면적 비핵화 우선’
2006-08-01 파이낸셜투데이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6일째 관련국들은 공동문안이라는 ‘옥동자’ 출산을 앞두고 마지막 산통에 들어갔다. 특히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범위’ 명시를 놓고 마지막 문안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지난 26일 4차 6자회담이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된 이후 중국이 작성한 초안관련 31일 주말에도 참가국들은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에 근거해 공동문안 작성 조율에 한창이지만 쟁점별 이견차이는 좁히질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북한은 한반도 비핵무기화를 주장하며 핵의 평화적 활용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HEU)을 포함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프로그램을 주장하고 있어 분명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핵문제 해법관련 북.미간 입장차이뿐만아니라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러시아는 미국에 동조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북한측에 서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에 일각에선 공동선언문이 ‘북핵 폐기‘에 따른 구체적인 절차가 명시되지 않은채 한반도 비핵화라는 추상적인 공동목표와 원칙만 확인하는 문안 채택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30일 "우리는 텍스트에 대해 많은 협의를 하고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 될 것"이라며 "텍스트는 짧을 지라도 굉장히 중요하다. 한 줄 한 줄이 회담 참가국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밝혀 최종 공동문안이 나올때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예고했다.한편, 회담방식도 30일까지 '양자협의' 중심으로 이루어졌던데서 30일 중국의 공동문안 초안을 계기로 31일부터는 '6자협의'체제로 바뀌었다. 양자협의는 북미간 협의를 중심으로 우리 대표단이 거중조정하는 모양새를 취할 전망이다.[쟁점①: 동결對보상] 핵 폐기와 보상 병행-선핵폐기 후 보상 ‘이견’ 그동안 북핵문제 해결에 고질적인 걸림돌로 작용한 북한과 미국은 기존의 ‘동결 대 보상’문제로 합의문 작성을 늦추고 있다. 미국은 ‘선핵포기 후보상’인 반면 북한은 일괄타결 입장으로 ‘핵포기와 동시에 보상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북, 미는 지금까지의 기본 원칙을 이번 회담에서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 후 보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핵동결 및 폐기’와 동시에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미 상호간의 ‘신뢰’의 문제가 4차 6자회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7일 6개국 기조연설에서 북측의 김계관 대표는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핵을 모두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미국의 힐 수석 대표는 “미국은 북한이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수반해 폐기하고 여타 참가국들은 안전 보장, 교역 및 투자를 포함한 경제협력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북한은 '말 대(對) 말' '행동 대(對) 행동' 원칙에 근거해 조미관계가 정상화되고 신뢰가 조성되면 핵위협이 제거됨에 따라 핵무기 계획을 검증하고 폐기할 것을 공약한 반면, 미국은 '핵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게 해체'해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설명이다.한국측 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 역시 미국측과 마찬가지로 “6자회담은 북핵문제를 해결을 위한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것을 약속행 한다”며 “우리의 대북송전 제안도 이런 문건이나 틀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측 입장에 동조했다.[쟁점② 한반도 비핵화]비핵무기화냐 비핵화냐, 북 ‘평화적 핵 인정해야’‘동결 대 보상’의 입장차이만큼 북미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 점이 핵을 바라보는 두 나라의 시각이다. 북한은 비핵무기화로 핵의 평화적 이용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비핵화로 전면적 핵 포기 프로그램을 주장하고 있다.지난 27일 기조연설에서 힐 차관보가 밝혔듯이 미국측은 핵무기와 핵무기 프로그램은 물론 평화적 핵이용 프로그램까지 포함하는 ‘핵 프로그램’ 폐기를 영구히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은 물론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생산 프로그램까지 포함된다. 즉 2003년 중단된 경수로 공사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동감하면서 핵군축회담 회담으로 몰고가려고 해 역시 공동문안 작성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북측은 ▲ 미국의 제도 전복 정책포기 ▲ 한국내로의 핵무기 반입 금지 ▲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남한내 미 핵 항공모함의 기항 금지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사실상 ‘남한내 비핵화’ 요구에다 ‘한미 군사동맹’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한미 입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나아가 북측은 핵무기 및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언급하면서도 평화적인 핵 이용의 권리는 보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남한이 제시한 ‘중대제안(2백만kw 송전)’은 별도로 2003년부터 중단된 경수로 공사 지속을 요구하고 있어 한미측을 압박하고 있다.중국측 역시 “중국은 북한이 평화적으로 핵을 이용하는 것까지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무기화”라고 북측 편을 들어주고 있다.한편 힐 차관보는 29일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할 경우 평화 목적의 핵에너지 사용을 조건부로 허용할 수 있음을 밝혔다가 당일 미 국무부에서 즉각 논평을 내 ‘힐 차관보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조건부로 인정했다’는 일부 외신 보도에 대해 적극 부인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쟁점3 인권.미사일] 미일, 북 인권.미사일 문제도 거론에 한국 ‘가지치기’에 나서’여기에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문제와 인권문제도 거론하고 나서 북측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에 한국은 쟁점이 흐려지고 있다고 중재자로 ‘이슈 가지치기’에 나서는 양상이다.미국측 대표 힐 차관보는 기조연설에서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면서 ‘참가국들은 평등 및 상호존중 원칙에 기초해 미사일 및 인권 등 양자 내지는 다자적 이슈를 처리한다’고 핵문제 외에 ‘핫이슈’를 건들었다.즉 북한의 핵폐기가 이뤄진다고 해도 양국간 국교수립 등 관계 정상화는 인권문제나 미사일 문제가 처리돼야 가능하는 것으로 북측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이는 일본측이 제기하고 있는 납치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일뿐만 아니라 미국 스스로도 인권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할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이에 한국 대표측은 자칫 북핵문제를 위한 6자회담 의제가 확산되고 ‘무산’될 것에 대한 우려감을 표출했다.송 차관보는 기조연설에서 “6자회담은 북핵문제 해결에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하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기본적인 틀을 짜야 한다”며 “회담의 의제를 분산하거나 확대하려는 시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일본이나 미국측이 제기한 납치자 문제와 미사일 문제뿐만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가 쟁점을 흐릴 수 있어 ‘가지치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홍준철 기자 (폴리뉴스/(구)e윈컴정치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