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전성시대 돌아오다
금융권 수장 절반차지...낙하산, 관치금융 논란 거세질 듯
2013-06-09 강준호 기자
[매일일보 강준호 기자]최근 옛 재무부 관료 출신인 ‘모피아’가 K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 등 2곳의 금융지주 수장으로 내정되는 등 금융권에 대거 진입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절반을 채우고 있다.모피아 출신이 금융권 곳곳에 자리를 틀고 앉자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9곳과 금융 관련 협회 7곳, 금융지주 10곳 등 총 26곳의 CEO 가운데 모피아 출신이 절반인 13명에 달했다.금융지주 회장 중 재정경제부 2차관 출신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모피아 출신이다.지주 회장은 아니지만 최근 국제금융센터 원장으로 선임된 김익주 원장은 기획재정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장을 지낸 인물이고 이원태 수협은행장은 기획재정부 관세정책관을 지냈다.금융 관련 협회 7곳 중에서도 순수 금융인 출신인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을 제외하면 '모피아' 일색이다.재정경제부 1차관 출신의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김규복 생명보험협회 회장,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의 문재우 손해보험협회 회장 등이 관료 출신이다.최근 선임된 김근수 여신금융협회 회장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출신이고,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거쳐 조달청장을 지냈다. 양석승 대부금융협회 회장은 재무부에서 짧은 공직생활을 거쳐 신한은행 부행장과 러시앤캐시 부회장을 지냈다.공공기관 수장으로 모피아 출신은 재정경제원 1차관보 출신의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금융위 사무처장 출신의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 출신의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을 지낸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등이다.최근 사의를 표명한 우주하 코스콤 사장도 모피아 출신이다. 우 사장은 재정경제부 관세제도과장 등을 역임한 뒤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여기에 최근 사의를 표명한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우주하 코스콤 사장 및 임기만료룰 눈앞에 두고 있는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의 후임 CEO도 모피아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거래소 이사장 후보로는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조달청장을 지낸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고 신용보증기금 차기 이사장으로는 홍영만 금융위 상임위원이 거론되고 있다.이처럼 모피아 출신이 금융권 곳곳에 포진함에 따라 낙하산, 관치금융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관료 출신이어도 능력과 전문성을 갖췄다면 금융권 CEO로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그러나 줄곧 공직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부족한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보통 3년 정도의 임기 동안 1년은 조직 파악에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조직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 차원의 낙하산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금융당국의 초법적 인사 개입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