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법정관리 신청 무려 108개社…모럴해저드 우려

금융당국, 법정관리 요건·채권단 견제 장치 강화

2013-06-10     강준호 기자

[매일일보 강준호 기자] 채권단 눈치를 봐야 하는 재무구조개선약정(워크아웃)보다 대주주 경영권 유지하고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는 법정관리를 택하는 기업이 크게 늘면서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법정관리 요건과 채권단 견제 장치를 강화하는 등 기업 구조조정 제도 개선을 통해 채권단 주도의 워크아웃이 자리 잡도록 할 방침이다.

10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STX팬오션을 포함해 108곳에 달한다.

2008년 한 해 동안 접수된 건수는 11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신청 건수는 이듬해인 2009년 193건으로 늘었다가 2010년 155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2011년 190건, 2012년 268건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 구조조정은 시장에서의 인수·합병(M&A)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근거한 워크아웃, 채무자회생 및 파산관련 법률(통합도산법)을 바탕으로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 등으로 나뉜다.

2006년 만들어진 통합도산법은 당시 미국에서 운영하던 ‘관리인 유지(DIP·Debtor In Possession)’ 제도를 채택해 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정상화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자 평등 원칙’에 따라 비(非)금융권 채무와 일반 상거래 채무도 감면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금융권 채무만 감면받으면서 채권단 간섭을 받아야 하는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를 택하는 기업도 있다.

반대로 채권은행과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 커진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과 달리 회사채 등 채무가 모두 동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른바 ‘웅진 사태’ 당시에는 회사채 우수등급 기업이 예고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STX팬오션의 경우 자구 노력이 있었고 채권단과 미리 협의를 거쳤다는 점에서 이 같은 비판이 일지는 않고 있지만 막대한 투자자 손실만큼은 피할 수 없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불거지자 금융당국은 법정관리 신청을 까다롭게 하고 신청 기업에 대해 채권단이 회계법인과 공동 실사를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관리인 유지 제도가 적용될 수 없는 ‘부실에 대한 중대한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거나 채권단이 공동 관리인으로 참여하는 것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