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탄력 받을까

朴대통령 “대북관계, 당국 간 공식채널로 풀어 갈 것”

2014-06-10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남북 양측이 10일 새벽까지 18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오는 12~13일 서울에서 ‘남북당국회담’을 갖기로 최종 합의한 것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보다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이번 남북당국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경우 보다 근본적인 한반도 비핵화 문제로 나아가는 출구를 만드는 의미가 있다.박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당국회담에 대해 “지난주 북한이 우리가 제안했던 당국간 회담을 수용해 앞으로 남북간에 회담이 발전적으로 잘 진행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대북(對北) 관계 현안에 대해선 당국 간의 공식 대화 채널을 통해 풀어가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정부에서처럼 대북 문제와 관련해 당국 간 공식 대화와 ‘비선(秘線) 접촉’이 함께 이뤄질 경우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데다,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대북정책의 투명성 확보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남북 당국 간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남북 간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나가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북한이 지난 6일 우리 측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하고, 이날 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에 나선데 대해 일단 ‘개성공단 관련 문제 등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그동안의 우리 측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남북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에 대해 “분명히 종전과는 달라진 모습” 란 게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박 대통령도 지난 6일 “뒤늦게라도 북한이 당국 간 남북대화 재개를 수용해 다행”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북한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 요건인 비핵화(非核化)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이고, 또 이번에 남북당국회담에 응하게 된 배경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린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된 상황을 계속 유지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남북한의 ‘당국 간 대화’를 중요시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정상국가화(化)’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태도 변화는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북한 스스로 자신들의 행위와 그에 따른 책임을 판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래야 남북 간엔 물론, 국제사회와도 신뢰관계가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그간 “북한의 도발이 지원과 보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이젠 끊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주문해왔다.

오는 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도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을 적극 지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로 나아가는 해법에 관련국들이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