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캐나다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의 국가에서 속속 코로나19 백신 대국민 접종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은 12월 27일이면 접종을 시작하고, 일본 스위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도 내년 2월에는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 나라들은 코로나19 백신 제조사와 선구매 협상에 적극 나섰기 때문에 빠른 백신 접종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K방역 홍보에 1200억원이나 쓰면서 자만감에 도취됐던 대한민국은 한 개의 백신 도입 일정도 제대로 확정짓지 못했다. 접종시기는 오리무중이다. 앞서 보건당국은 국민들의 궁금증과 분노가 쌓이기 시작하자 12월 8일 국내에서 위탁생산을 하는 아스트라제네카 제약사를 비롯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을 통해 백신 3400만 명분, 저개발국가 백신 공동구매를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서 1000만 명분 등 4400만 명분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마저도 구매 계약은 맺었지만 언제 공급될지 시기는 확정적이지 않다. 아직 임상 3상 시험이 끝나지 않았고, 사전구매 계약을 맺은 나라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내년 1분기 공급은 확실하다고 설명했지만 물량은 얼마인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3개 제약사와는 늦어도 내년 1월까지 공급계약을 맺는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 도입될지는 모른다. 생산물량은 한정돼 있으니 우리나라에 백신이 언제 공급될지는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는 형국과 매 한가지다.
이와 관련,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출연한 KBS ‘일요진단’에서 “화이자와 얀센 백신은 계약서 서명직전이고, 모더나는 거의 대부분 조건에 합의한 상황이지만 1분기 공급은 어려울 것”이라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백신 태스크포스가 운영될 때 확진자가 그리 많지 않아 거리두기의 K방역, 치료제 개발, 백신 확보 등의 우선순위로 코로나19 종식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또한 백신 구입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이 점차 커지자 정부는 유효성과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선구매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싶지 않았다는 변명과 함께 백신들의 부작용을 부각시키는 여론전에 가담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를 두고 전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을 위해서는 결국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꾀할 수밖에 없는 데 정부가 너무 K방역에 빠져서 백신구입에 소홀했다고 질타했다.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백신 구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아프리카나 남미 등 자력으로 백신 구입이 어려운 후진국을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대한민국이 이들 국가에 공급될 백신을 중간에 먼저 챙기겠다는 발상이라며 국제적 망신살이 뻗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백신 선구매를 통해 남는 백신에 한해 빈국에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을 피력했다.
아무쪼록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완전 종식을 위한 정책 집행 순서에 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반성하고 역량을 총동원에 백신 확보와 접종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