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면증 환자에 대한 한의약적 치료법

2020-12-22     서초 아이누리 한의원 대표원장 황만기
황만기
[매일일보] 잠(수면)은 우리의 삶에서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건강의 핵심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불면증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잠들기가 어려운 ‘입면장애’와 잠은 쉽게 들지만 자는 도중에 너무 자주 깨서나 일찍 잠에서 깨어나는 ‘수면 유지 장애’가 바로 그것이다. 밤에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면 수면 부족 상태가 되어서 낮 동안 졸음, 피로감, 의욕 상실 등을 겪게 된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불면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3.4%에 달했다. 전통 한의학에서는 불면증의 원인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 번째는 사결불수(思結不睡)다. 사결불수는 생각이나 고민을 너무 골똘하게 해서 잠에 들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과로·수술·출산 등으로 피가 부족해 잠에 들지 못하는 영혈부족(營血不足)도 있다. 음허내열(陰虛內熱)은 음(陰)이 부족해서 허열(虛熱)이 생겨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이다. 갑자기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잠을 설치는 심담허겁(心膽虛怯)도 있다. 담(痰)이 가슴에 뭉쳐 두근거리는 담연울결(痰涎鬱結)도 불면증의 원인이다. 따라서 불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불면증 치료에 좋은 3개의 경혈을 자극하는 게 좋다. 손목 근처에 있는 ‘신문혈’, 발바닥에 있는 ‘용천혈’, 하지부 내측에 위치한 ‘삼음교혈’이 바로 그것이다. 이 경혈 자리를 잠들기 전에 부드럽게 지압이나 침 치료를 해주면 상당한 효과가 발휘된다. 음의 기운을 보충해줌으로써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음식도 있다. 우선 불면증을 치료하고 숙면을 도와주는 최고의 음식으로는 양파가 거론된다. 양파는 음의 성질이 강하고 기운을 안쪽으로 모아주는 힘이 아주 세다. 저녁 식사 때 양파 반 개에서 한 개를 먹으면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불면증에 좋다고 해서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속이 쓰릴 수도 있다. 만일 생양파를 먹기 힘들다면 냄새만 맡아도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양파 향에는 ‘유화알린’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비타민 B1의 흡수를 도와준다. 대추도 음의 기운을 보충해주는 대표적인 한약이다. 동의보감에는 ‘대추는 단맛으로 부족한 경맥의 기운을 도와주어서 음혈(陰血)을 보충한다. 음혈이 보충되면 경맥이 살아나기 때문에 능히 12경맥을 도와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렇게 음혈이 보충되면 얼굴색이 대추같이 변하고 심기(心氣)가 좋아져서 불면증에도 역시 도움이 된다. 특히 겉에 있는 대추살보다는 안에 있는 대추씨가 숙면에 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살은 별로 없고 씨앗이 아주 굵은 산대추(멧대추) 즉 ‘산조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천왕보심단’을 처방 받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 2018년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천왕보심단은 양약보다 불면증 치료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천왕보심단과 침 치료를 병용한 치료군이 양약 치료군 대비 임상적 효과에서도 유의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