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진실과 허위가 뒤섞여 파도에 부딪히면서도 바다를 보지 못하는 탈진실(脫眞實, post-truth)의 시대에 찾아온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미증유(不曾有)의 ‘코로나19’가 세모(歲暮)를 앞두고 닷새째 확진 1천 명대를 훌쩍 넘겨 본격적인 ‘3차 대유행’이 진행되고 있다.
지구촌 살이 1년을 넘긴 ‘코로나19’사태로 인하여 경제가 급속도로 얼어붙어 끝이 보이지 않고, 연말특수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으며, 가뜩이나 어렵게 버티었던 자영업, 소상공인들은 더는 버틸 여력이 없어 폐업 위기에 놓인 가운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하면서 피로감이 누적되고, 고립감이 증대되고, 우울감이 가중되면서 무기력․우울 단계인 ‘코로나 블루(corona blue)’에 이어 짜증․분노 단계인 ‘코로나 레드(corona red)’를 넘어 참담․절망 단계인 ‘코로나 블랙(corona black)’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심리적 위험성이 심각하다.
컬럼비아대학교 ‘존 C. 머터(John C. Mutter)’ 자연과학 교수는 ‘재난 불평등(The Disaster Profiteers)’에서 ‘재난의 상황은 늘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며, 자연보다는 인간이 더 큰 피해를 준다.’라고 역설했고,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키스 페인(Keith Payne)’심리학 교수도 ‘부러진 사다리(The Broken Ladder)’에서 “모든 악은 가난이 아니라 불평등에서 나온다.”라고 하며, “가난하고 불평등하면 사람의 마음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멀리 보지 못해 가난한 게 아니라 가난해서 멀리 못 보는 것이다.
이렇듯 코로나19에 국가 경제가 내려앉고 우리의 일상이 무너졌다. 청년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취업, 학업, 여행, 인간관계 등 평범했던 삶이 송두리째 단절됐다. 채용이 없어 취직하지 못하고, 있던 일자리마저도 없어져 실직하고, 함께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무너진 일상은 사회의 첫발을 내딛으려고 했던 청년의 발목을 붙잡았다. 위기에 빠진 청년은 우울과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월 16일 발표한 통계청 ‘2020년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15~64세 고용률(OECD비교기준)은 66.3%인데 반하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2.4%로 23.9%p나 낮고, 실업률은 3.4%인데 반하여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8.1%로 4.7%p나 높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30대 젊은 여성 자살률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전체로 보면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지만, 여성 자살률이 화두가 된 이유는 특정 연령대에서 높은 증가폭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20대 여성 자살률(10만 명당 자살사망자 수)은 전년 대비 25.5% 늘었다는 사망원인통계는 이를 방증하고 있다. 국회 신동근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0년 상반기 자살 현황」을 보면, 올해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43% 늘었다. 지난해 자살한 20대 여성은 207명, 올해 자살한 20대 여성은 296명이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서울 거주 19~34세의 청년층 2,011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8일부터 23일까지 조사한 「‘코로나19’가 청년의 이행경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 2월 이후 한 번이라도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6.8%가 ‘그렇다’라고 답해 2018년 실시한 유사조사결과 2.7%보다 무려 10배에 이른다.
우울 점수도 60점 만점에 20.46점으로 2019년 유사조사결과 16.7점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16점 이상이면 경도의 우울증으로 분류하는 것을 감안하면 청년의 우울감도 높았으며, 우울의 정도도 25점 이상의 중증의 우울 증상 비율이 36.3%로 높게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신동근 의원실에 제출한 「여성 연령별 우울증 진료 인원 현황」을 보면, 20대 여성 우울증 진료는 같은 기간 12만4,538건에서 17만2,677건으로 38.7% 증가했다.
다행히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2월 18일 ‘제35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제8차 한국판 뉴딜 점검회의’에서 “정부는 고용시장의 일자리 창출·유지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청년 일 경험 사업 도입, 공공기관 청년고용의무제 연장, 취약계층을 위한 직접 일자리 등의 과제를 착실히 추진하겠다.”라고 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과 30·40대 등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적인 일자리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라며 “고용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장밋빛 정책나열에 그치지 말고 신속한 실행으로 얼어붙은 청년들의 가슴을 품고 어루만지며 녹여야 한다. 정부는 고용지표 개선도 중요하지만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21년에는 일자리 예산만도 30조5,000억 원을 편성했고, 취약계층 직접 일자리 104만 개를 제공하고, 내년 1월 중 50만 명 넘게 채용할 계획이며, 청년 일 경험 사업도 10만 개나 마련하는 등 내년에도 올해에 이어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 정책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경기 침체로 민간의 일자리 창출 동력이 떨어져 청년 고용난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 속에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음을 유념하고 조속한 추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고학력화와 직업에 대한 다양성 인식 부족이 노동수급 불일치로 이어진 우리 고용시장의 고질적 병폐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를 해소해야 한다. 특히,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도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단계에 이르는 만큼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 변화된 고용환경에 대응해 나갈 것은 물론 청년들이 고용지원프로그램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