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업 양복명장 “K.tag 타고 국내 맞춤양복도 세계로”
반세기 영업 중 백년가게‧석탑산업훈장‧국무총리상 등 영예 누려
세계 최고 기술경쟁력 불구 판로 개척 어려운 기술자 지원 바람
2021-12-27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국내 맞춤양복산업이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원하는 양복 제작을 맡을 수 있도록 홍보 및 판로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서울시 성동구 상왕십리역 인근에서 지큐양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업 양복명장(사진‧74)의 바람이다. 56년 9개월 동안 맞춤양복업에 종사한 김 명장은 국내 맞춤양복계의 신화로 평가받는다.
지난 1964년 서울 명동의 고영기양복점에 입문하면서 맞춤양복에 발을 들인 김 명장은 1977년 9월 행당동 인근에 20세기양복점을 개점했다. 이후 1984년 김 명장은 20세기는 결국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상호를 지큐양복점으로 변경한 뒤 확장개업했다. 지큐는 미국의 남성패션잡지에서 따온 이름이다.
김 명장은 이후 △양복 기능개발유공자 국무총리상 수상 △한국맞춤양복협회장 취임 △대한민국석탑산업훈장 수훈 △백년가게 등록 등 소상공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를 모두 누렸다.
이중 백년가게 인증은 지난 8월에 이뤄졌다. 이미 반세기 이상 사업장을 운영한 김 명장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직원의 권유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백년가게에 신청했다. 김 명장은 대출이 필요해 소진공을 방문했고, 연락처를 남기기 위해 전달한 명함이 백년가게 신청 권유로 이어졌다.
김 명장은 백년가게 선정에 자랑스러움과 부담감을 동시에 가진 상태다. 김 명장은 “백년가게 인증을 받았으니 가게 문을 그냥 닫을 수도 없고 100년 이상 이어가야겠다는 점 때문에 부담스럽다”며 “혈연이 아니더라고 2대로 가게를 운영할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임자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양복을 잘 만드는 인력을 두고 기술을 관리할 수 있도록 5년 이상 훈련기간을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맞춤양복산업의 역사와 함께 성장한 김 명장은 국내 소상공인들의 기술경쟁력을 최고 수준이라고 추켜세웠다. 김 명장은 “한국은 현재 폐지된 맞춤양복 세계기능경진대회에서 12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며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정장을 맞추는 것은 비싼 가격에 제작하지만, 국내는 가격경쟁력도 갖췄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최근 선정된 소상공인 공동브랜드 K.tag(케이태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K.tag는 소상공인 보호, 신뢰성 확보, 경쟁력 소생 등을 추진됐다. 홍보, 마케팅을 포함해 소상공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이 주요 목표다. 운영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2021년도 K.tag 인증업체 140여개사를 뽑았다. 인증업체는 △진심담은 서비스 △신선함과 건강함 △명인의 솜씨 △스마트한 혁신 △특별함과 문화 △글로벌 잠재력 △도전하는 청년 등 7가지 테마로 분류됐다. 지큐양복점은 ‘명인의 솜씨’ 테마로 선정됐다.
김 명장은 “국내 맞춤양복산업계는 우수한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맞춤양복인들은 어려서부터 기술을 배우느라 세계 공용어를 쓰지 못하는 경우 많아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계 공용어를 사용하는 인력을 채용하기에는 여건도 어렵다”며 “K.tag를 비롯한 정부는 기술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대상으로 세계적인 영업이 가능하도록 판로를 개척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 명장은 마지막으로 잘 만들어진 옷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명장은 “잘 만들어진 옷은 3~4년 후에도 유행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고려해서 제작된다”며 “예전에는 옷이 날개라는 말을 사용했듯이 잘 만들어진 옷을 입으면 이미지가 달라지고 옷을 잘 입으면 성공하는 경우도 늘어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