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플러스 코리아] 이통3사, 무선사업 정체로 꺾인 성장…디지털 ‘새동력’
5G 도입에도 ARPU 하락…脫통신 전략 지속
규제산업 ‘통신’…ICT기업 변화로 위기 탈출
“변해야 살아남는다”…신사업 성과 ‘뚜렷’
2021-01-01 정두용 기자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국내 이동통신사의 기반 사업이 위태롭다. 5세대(5G) 상용화에도 무선통신(MNO) 시장 포화로 인한 성장 정체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내외적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통3사 모두 칼을 빼들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탈(脫)통신’ 전략이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업별로 ‘통신사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를 선언하며 실질적 변화에 나섰다. 조직개편·인공지능(AI) 협의체 구성·기업 간 거래(B2B) 신규 브랜드 론칭·데이터 센터 확보·모빌리티 사업 분사·커머스 시장 확대 등 전 분야에 ‘디지털 전환’을 가미하며 ‘말뿐인 선언’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통3사가 이 같은 변화에 나선 이유는 무선 시장의 정체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3사 모두 통신망을 설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 수익을 올려왔다. 유선에서 무선으로, 무선에서 데이터로 시장 중심 변화할 때마다 신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였다. 한때 매출 100%를 통신에서 올려도 성장이 담보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통3사의 가입자별 평균 매출(ARPU)은 LTE 전환이 한창이던 2016년 4만원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3만원 초반에 머무른다. 5G 가입자 증가에도 올 3분기 ARPU는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5G 가입자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이는 신규 가입자가 아닌 LTE에서의 전환에 불과하다.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이후 가입자 1000만을 최근 돌파했지만 신사업 발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더욱이 최근 5G에 대한 ‘품질 불통·요금제 고가’ 논란이 계속되면서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전환한 순증 가입자는 3만1674명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5G 품질과 요금제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5G 저가 요금제에 대한 정부·소비자의 요구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규제산업의 특성상 통신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기 위한 시설투자비용도 부담이다. 정부는 최근 3G·4G 통신망으로 사용하고 있는 310㎒ 주파수 대역폭 재할당 비용 감면 조건에 5G 무선국 설치를 달았다. 각 사별로 5G 무선국을 12만국 이상 구축하면 재할당 대가가 4조4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낮춰주는 안을 확정했다. 이통3사는 당초 1조6000억원이 적당하다고 정부에 주장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규제산업의 한계점으로 인한 성장 정체도 고민거리인 셈이다.
이통3사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답을 ‘디지털 전환’에서 찾고 있다. 초고속·초저지연의 특성을 지닌 5G를 활용해 B2B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겠단 포부다. 탈통신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해서 본업을 등한시하는 게 아니라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신규 시장을 발굴해 내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성과는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선사업 매출 비중이 줄고 신규 사업의 실적이 오르며 성장을 일궈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3분기 실적에서 미디어·보안·커머스 부문이 성장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8.9% 늘었다. KT 역시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사업의 3분기 누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 증가했다. LG유플러스도 올 3분기 인터넷(IP)TV 사업이 전년 동기 대비 13.2% 성장을 이뤄냈다. 무선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SK텔레콤 1.0%, KT 0.9%, LG유플러스 5.4%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무선시장 점유율이 가장 낮은 LG유플러스를 제외하곤 5G 도입에도 유의미한 성장을 이루지 못한 셈이다.
탈통신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기업으로 SK텔레콤이 꼽힌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우버·아마존 등과 클라우드 게임·모빌리티·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 협력을 끌어냈다.
KT 역시 ‘디지털 전환 파트너’라는 슬로건을 내건 B2B 브랜드 ‘엔터프라이즈’를 론칭했다. 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등 이른바 ‘ABC’ 역량을 결집해 타 산업군의 혁신을 돕겠단 포부다. 사업 수주 기준 연평균 37% 성장률을 기록하는 B2B 사업에 더욱 힘을 싣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엔 서울 용산구에 ‘KT DX IDC 용산’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국내 디지털 전환을 가속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 역시 5G 기반 AR·VR 콘텐츠 수출액이 1000만달러(약 114억원)를 돌파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실감형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6개국 7개 사업자가 모인 연합체 ‘확장현실(XR) 얼라이언스’의 초대 의장사로 활동 중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탈통신이 업계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며 “변해야 살아남는 기업 입장에서 신규 시장을 발굴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사활을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