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플러스 코리아] 브라운관 종식 후 다시 ‘샅바싸움’…삼성·LG, 포스트 LCD 발굴 ‘사활’
브라운관 종식 당시 PDP·LCD 주도권 경쟁 치열
LCD 산업 이끈 韓 디스플레이, 중국 저가 공략에 ‘몰락’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위기 극복…QD·OLED·소형LED ‘각축전’
2022-01-01 정두용 기자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삼성과 LG의 ‘샅바싸움’이 시작됐다. 양사는 액정표시장치(LCD)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브라운관(음극선관·CRT) TV 종식 당시 벌어졌던 주도권 경쟁이 20여년 만에 다시 재현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상용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도 대형 OLED 대세화 전략을 통해 다수의 고객사를 확보하며 외연 확장을 이뤘다. 삼성전자·LG전자는 미니·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적용한 프리미엄TV 신제품을 내놓으며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LG 모두 LCD 사업을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 발굴에 사활을 걸었다.
LCD는 무겁고 부피가 큰 브라운관을 대체한 패널이다. 당시 기업들은 브라운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과 LCD로 진영을 나눠 주도권 경쟁을 벌였다. 더 많은 업체가 가담한 LCD 진영이 먼저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PDP는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LCD는 이후 10년 넘게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를 먹여 살렸다. 기술 발전을 거듭해 자연색에 가까운 표현력을 갖추고, 두께 역시 더욱 얇아지며 세계 소비자들을 공략해왔다. 삼성전자는 LCD 시장을 주도하며 15년간 세계 TV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금액 기준 글로벌 TV시장 점유율은 33.1%다. LG전자는 16.6%를 차지하며 2위에 올랐다. 양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49.7%로 전체 TV 시장의 절반가량을 국내 기업들이 장악했다.
그러나 LCD로 ‘잘나가던’ 국내 업체들에 중국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 정부가 ‘IT 굴기’를 추진, 디스플레이 업체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 부었고 BOE·CSOT·HKC 등은 이를 바탕으로 저가 물량 공세를 펼쳤다. 국내 업체들은 LCD 패널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입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적자 늪에 빠졌다.
삼성과 LG가 이 같은 위기에 내놓은 답안은 ‘초격차’ 기술이다. 중국 업체가 쉽사리 따라오지 못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장 우위를 유지하겠단 전략이다. 대형 LCD 사업을 축소하는 동시에 QD디스플레이·OLED·소형LED 등으로 사업 전환을 꾀하는 모습이다. LCD는 브라운관 대비 많은 장점이 있었지만 광원을 백라이트로 쓰면서 시야각·색 재현·명암비 등에서 한계점이 분명하다. 삼성·LG가 밀고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이 같은 LCD 단점을 보완하면서 휘거나 말리는 등의 형태적 강점도 지녔다.
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은 QD디스플레이와 마이크로LED를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삼고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LG는 대형 OLED 패널 독점 생산의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 확대를 추진 중이다. LG전자도 최근 미니LED를 사용한 프리미엄 TV 라인업을 새롭게 추가했다. 다양한 디스플레이가 등장하곤 있지만 제품별로 장단점이 분명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LCD와 PDP 주도권 다툼 때처럼 이번 디스플레이 경쟁에서도 먼저 가격 우위를 확보해 사업성을 이룬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아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