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코리아] 코로나19발 양극화 심화...가계도 기업도 마이너스 통장

코로나 장기화에 대면서비스 기반 서민경제 고사 직전 취약 가계·기업 빚더미 올라...플러스 코리아 당면과제

2021-12-30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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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경남 거제에서 식당을 하는 40대 김모씨는 새해가 다가왔지만 먹먹하기만 하다. 지난 한 해 코로나19로 인해 장사를 망치면서 김씨는 대출을 받아 버텨왔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달마다 나가는 비용이 2000만 원 가량이라 지난 한 해 새로 늘어난 빚만 1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은 6명. 식당이 문을 닫으면 직원들 식구까지 15명이 넘는 사람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진다. 김씨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백신이 나왔다고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끝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는 현 상황이 몇 달 더 지속되면 자신과 같은 자영업자들 태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코로나19 충격파는 한국 경제에 ‘K자형’ 양극화를 불러왔다. 대기업 주도 수출 증가 속 대면 서비스 기반 서민 경제의 붕괴, 취약계층에 집중된 실업 쇼크, 계층 간 소득격차 확대 등은 코로나19 시대 한국 사회를 특징짓는 단면이 됐다. 이는 새해 한국 사회가 극복해야 할 핵심과제로 꼽힌다. ▮코로나 충격파에 서민경제 직격탄 코로나19발 양극화의 출발점은 산업 간 경기 불균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한국 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은 개선되는 반면 내수경기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K자형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 서민경제의 주축인 대면서비스 업종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행은 최근 펴낸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성장 불균형 평가’ 보고서에서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매출과 고용이 감소하고 중소기업의 생산과 저소득 가계의 근로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등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부문 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발 불평등 고착화 경고음 한국은행은 또 “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소득불평등이 더 심화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금번 위기가 취약부문에 영구적인 충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불균형이 일시적인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에 그치지 않고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차별화된 고용충격으로 고용회복이 더딘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피해가 커 소비회복이 상당기간 제약될 수 있다”고 했다. ▮계층 간 소득 격차 더 벌어져 산업 간 양극화는 고용시장의 양극화, 더 나아가 소득분배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 한 해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 자료에서 확인된다. 코로나 19충격이 본격화된 첫 분기인 2분기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을 제외한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월 평균소득은 48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월 평균소득은 4% 감소에 그쳤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이를 개선시킬 수 있었다. 2분기 재난지원금 포함 1분위 월 평균소득은 177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가량 올랐고, 5분위 가구 소득은 1003만8000원으로 2.6% 증가했다. 이로 인해 소득분배지표인 5분위 배율은 1분기 5.41에서 2분기 4.23으로 낮아졌다.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소득을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의미다. ▮재난지원금도 양극화 못 막아 하지만 3분기 들어서는 재난지원금 효과도 먹히지 않았다. 3분기에 1분위 가구 월 평균소득은 163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반면,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39만7000원으로 2.9% 증가했다. 이에 5분위 배율은 4.88로 높아졌다. 임시·일용직과 음식·숙박업 등 취약계층 근로자가 많은 분야에 코로나19 충격파가 집중된 결과였다. 소득 상위 계층의 경우도 근로소득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대규모 사업장 및 상용직 취업자 증가 영향으로 다른 분위보다 상대적으로 충격이 양호했다. 1분위의 근로소득 감소 폭은 -10.7%인 반면, 5분위는 -0.6%에 불과했다. ▮결국 빚더미...가계·기업 부채급증 이처럼 코로나19 충격파에 직격당한 취약 기업이나 가계는 빚더미에 내몰렸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0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우리나라 기업부채는 2012조7000억 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1918조8000억 원을 초과했다. 기업부채가 명목GDP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이 줄고 수익성이 악화되자 기업들이 빚을 내 생존을 도모한 결과다. 또 3분기 가계부채는 1940조6000억 원으로 역시 사상 처음 명목GDP를 넘어섰다. 가계부채 증가에는 코로나 사태만이 아니라 부동산 대란에 따른 주택 관련 대출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