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 이번주 공모…파격 인센티브에도 이주 대책은 ‘불안’

국토부, 이번주 중으로 공모 개시…용적률 최대 400% 제공 인근 소유주 대부분 개발 ‘환영’…공구단지 등 세입자는 ‘불안’

2022-01-04     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그간 진행된 난개발과 세입자 이주 대책 등 넘어야할 산도 많은 상황이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금주 중으로 ‘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 공모를 열고 후보지를 신청받을 방침이다. ‘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구상한 서울 도심 주택공급 방안 중 하나다. 사업지를 통으로 개발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공장 이전 부지에 주거와 산업시설이 혼재된 앵커 산업시설을 먼저 조성하고 주변부는 순차적으로 정비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공모에 참여하는 사업지에 용적률 400%와 산업부지 비율 40% 하향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전망이다. 현재 준공업지역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용적률 250%, 산업부지 비율 50% 규제를 받는다. 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의 인센티브는 민간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70곳의 사업지가 공모에 참여하며 흥행에 성공한 공공재개발 사업보다 인센티브가 더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공공재개발 사업은 법정 상한 용적률 300%에서 20%를 더 제공해 최대 360% 용적률을 적용한다. 용적률에 한정해서 보면 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의 인센티브가 더 파격적인 셈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산업부지 비율도 줄고 용적률도 크게 늘어 사업성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며 “재건축 사업과 달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강력한 규제가 없는 만큼 다수의 사업지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업 대상지인 준공업지역 주민도 대체로 사업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서울시 내 전체 준공업지역 1998만㎡ 중 25% 이상인 502만5000㎡가 위치한 영등포구는 특히 기대감이 컸다. 영등포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인근 준공업지역은 여의도 접근성이 높고 강남·광화문도 가까운 편이지만 학군과 주거여건이 부족해 저평가 받았던 지역”이라며 “정비사업을 거쳐 주상복합 단지가 들어서면 정주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주민이 많다”고 귀띔했다. 다만 “행위제한이 지정돼 있지 않은 지역이다 보니 난개발이 발목을 잡을까봐 걱정”이라며 “골목 안쪽으로도 신축 빌라 등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지역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장기간 개발이 진행되진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소유주가 워낙 많고 자가로 영업하는 소유주도 적지 않다보니 수차례 정비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지지부진했다”며 “정부의 구체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우선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부연했다.
서울
자영업자들의 이주대책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문래 공구단지 자영업자들은 이주가 쉽지 않아서다. 이곳은 철물·전기·화학 등 관련업종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청계천 공구상가 못지않은 현대 제조산업의 살아있는 역사인 셈이다. 이곳에서 10년째 영업하고 있다는 김 모씨는 “필요한 부품을 언제든지 조달할 수 있고 도심지와 가까워 출장을 다니기도 수월하다”며 “아직까지도 새로 문을 여는 가게가 드문드문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래 공구단지 개발이 청계천 공구상가 개발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청계천 공구상가 개발을 진행하면서 세입자들에게 임시 영업소를 제공했다. 하지만 대형 프레스 기계 등 중량물을 취급하는 업체를 2층에 배정하는 등 탁상행정이 이어지면서 상인들의 반발을 샀다. 김 씨는 “가뜩이나 적은 준공업지역 중 이만한 입지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은데 개발이 진행되면 어디서 영업해야할지 걱정”이라며 “공장형 아파트에서도 영업을 해봤지만 중량과 업종 등에 제한이 많아 이곳으로 왔다. 세입자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가게를 접어야할 판”이라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