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ㆍ산하기관 전 임직원 6명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 설립
김기돈 전 정리금융공사 사장, 유근우ㆍ진대권ㆍ조정호ㆍ채후영ㆍ허용씨 등
[매일일보]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예금보험공사와 산하 정리금융공사 출신 임직원 6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15일 뉴스타파가 공개한 명단은 유근우(예보 퇴직), 진대권(정리금융공사 퇴직), 김기돈(전 정리금융공사 사장), 조정호(예보, 정리금융공사 퇴직), 채후영(예보, 정리금융공사 퇴직), 허용(예보, 정리금융공사 퇴직)씨 등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들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9월과 12월에 두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이날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내용을 담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확인한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7차 명단을 발표했다.
뉴스타파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6명의 예보 및 정리금융공사 전 임직원은 1999년 9월 24일과 같은 해 12월 2일 두차례에 걸쳐 버진아일랜드에 '선아트 파이낸스 리미티드', '트랙빌라 홀딩스 리미티드'란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이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될 당시는 IMF 외환위기로 혼란스러웠던 때였다. 당시에는 퇴출 금융기관의 해외 법인 등의 자산 회수 등 외환 거래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퇴출된 삼양종금의 해외 자산을 회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내부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지금까지 2천만달러 이상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예보 이름이 아닌 직원 개인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점이 문제"라며 "아무리 외환위기 시기지만 순수하게 공적자금 회수가 목적이었다면 오히려 예보 이름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게 정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수천만달러의 금융자산이 개인 명의의 페이퍼컴퍼니, 그리고 이와 연결된 해외계좌로 오갔다면 그 과정에서 금융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예보는 페이퍼컴퍼니 운영과 관련된 내역을 관리 감독 기관인 금융위는 물론 국회에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또 예보에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2000만달러 가량의 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힌 만큼 매각 자산 목록과 자금거래 내역 공개를 요구했지만 예보는 관련 자료를 내놓지 못했다고 뉴스타파는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예보의 유령회사 운영 사실은 십 년 넘게 베일에 가려진 채 감독 기관이나 국회에 제대로 보고도 되지 않았고, 관련 기록이 얼마나 보관되고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