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고위급 회담 제안…성사 미지수

장소·일시 美에 위임…비핵화 의지도 피력

2013-06-16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북한이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에서 북미 당국 간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선군정치’를 표방한 북한에서 국방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청와대와 비슷한 위상을 갖고 있다.

1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국방위 대변인은 이날 “조선반도(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 본토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데 진실로 관심이 있다면 조·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북한은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지 5일 만에 나온 이번 제안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는데, 미국 정부는 북미대화에 앞서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서 회담이 실제 성사될지는 미지수이다.국방위 대변인은 회담 의제와 관련해 △군사적 긴장 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핵 없는 세계 건설 문제 등 양측이 원하는 여러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회담의 시기와 장소에 대해 “미국이 편리한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대변인은 “미국은 진정으로 ‘핵 없는 세계’를 바라고 긴장완화를 원한다면 차려진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우리의 대범한 용단과 선의에 적극 호응해 나와야 할 것”이라면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이며 우리 당과 국가와 천만군민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정책적 과제”라고 최근의 ‘핵보유국 고수’ 입장을 뒤집는 듯한 태도를 보기도 했다.북한의 이번 제안은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전달한 6자회담 등 관련국과의 대화 의지 표명에 따른 후속조치로 평가된다.한편 이번 제의에 앞서 가장 최근이자 오바마정부 들어 첫 북미간 고위급 접촉 결과물이었던 지난해 ‘2·29합의’에서 양측은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와 영변 핵활동 중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의 대가로 미국의 대북한 24만톤 영양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하지만 ‘2·29합의’는 발표 직후부터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조항을 둘러싼 해석 논란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북미관계를 더욱 냉각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