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제약사 백신 판권 대이동…최대 수혜 기업은?
HK이노엔, MSD 백신 판권 대거 확보하면서 업계 신흥강자 등극
GC녹십자·유한양행, 각각 1100억원, 200억 손실…자사제품 집중
2022-01-12 김동명 기자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제약사 백신의 국내 판권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관련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MSD·GSK·사노피-파스퇴르와 국내사 GC녹십자·SK바이오사이언스·HK이노엔·유한양행·한독 등이 다양한 협의를 통해 새로운 계약을 속속 체결하면서 백신 판권의 새로운 판이 짜인 것이다.
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백신 시장은 압도적 1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던 GC녹십자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졌고, HK이노엔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업계에선 백신 판권 연쇄 이동을 통해 HK이노엔이 가장 큰 이득을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 판권 하나를 내주고 다른 판권 하나를 가져온 SK바이오사이언스도 어느 정도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기존 판권계약을 지켜낸 한독도 마찬가지다.
이번 재조정 기간에 국내 판권을 잃은 GC녹십자와 유한양행은 기존 품목에 집중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HK이노엔은 지난 3개월여의 재조정 기간을 통해 MSD(머크)와 백신 7종에 대한 공동판매·유통 계약을 완료했다. 기존에 GC녹십자(3종)와 SK바이오사이언스(4종)로 나눴던 판권이 HK이노엔으로 일원화된 것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MSD 백신 7종의 최근 1년간(2019년 4분기~2020년 3분기) 매출은 1415억원이다. HK이노엔으로선 당장 1400억원 규모의 연매출이 추가된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MSD 백신 4종의 공백을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백신 5종으로 방어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HK이노엔에 MSD 백신 4종의 판권을 넘겼지만, 대신 올해 GSK 백신 5종의 판권을 획득했다.
기존에 담당하던 백신 4종의 최근 1년 매출은 314억원, 새로 담당하는 5종은 262억원이다. 매출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백신 종류가 늘어났고, 영업력 강화를 통한 이익 증대를 노릴 수 있다는 이점이 생겼다. 또한 관련 시장 규모로는 지난해 기준 약 128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다.
한독의 경우 사노피파스퇴르와의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유한양행과 GC녹십자는 이번 재조정 기간에 각각 GSK·MSD와의 동행이 마무리됐다.
특히 GC녹십자의 경우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와 HPV 백신 ‘가다실’의 합계 매출인 연간 1100억원 규모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유한양행도 200억원 내외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두 업체는 자사 제품 영업에 집중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유한양행은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을 통해 영업력을 개선할 계획이고, GC녹십자는 독감백신인 ‘지씨플루’와 지난해 세대교체를 마친 수두백신 ‘베리셀라’를 통해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 CJ헬스케어였던 HK이노엔이 점점 사업의 폭을 확장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전통 강자들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어느 때 보다 백신 중요도가 높아진 시기에 국민 건강을 책임질 백신 판권 조정 경쟁은 국내 제약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