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2021년 겨울,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110여년 전 12월 선생님은 가솔 40여명과 함께 경술국치의 통분을 가슴에 품고 압록강 찬바람을 견뎌내며 서간도로 망명하셨습니다.
교육구국(敎育救國)과 병농일치(兵農一样的)의 기치를 들고 경학사와 신흥강습소(신흥무관학교 전신)를 세우신 선생님의 발걸음이 요즘 도서관 개관준비로 분주한 저희에게 새삼 무겁게 다가옵니다.
선생님이 떠나셨던 그 겨울에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이 개관합니다.
이석영뉴미디어도서관은 음악과 뉴미디어를 보급하는 창고이며 오롯이 주민들의 것입니다. 주민들이 도서관에서 배우고 즐기며 서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신나는 배움터로 만들고자 합니다.
지역 주민들은 필요한 정보와 마음의 안식을 얻고자 방문하기를 바랍니다.
청소년과 학생들은 책을 찾는 것은 물론, 요즘 유행하는 컴퓨터음악의 작곡 실습, SNS와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제작하고 음향 연출기법 등의 노하우를 배우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이들이 스스로 제작한 결과물을 전 세계 친구들과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놀이터로 활용되길 원합니다.
음악과 뉴미디어에 재능 있는 청소년을 발굴하고, 그들이 도서관의 다양한 시설과 장치들을 이용하여 본인의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기획하고 도서관 곳곳의 빈 공간을 본인들의 창작물로 채우게 할 것입니다.
남양주 시민이 직접 제작한 동영상들은 세계의 친구들에게 남양주의 자랑스런 역사와 자연경관을 알리게 될 것입니다.
다산선생과 선생님의 구국애민 행보는 지금 되새겨 보아도 가슴 뜨겁기만 한 소중한 민족 자산입니다. 지역의 귀중한 보물이자 긍지를 높일 수 있는 선조들의 사상과 철학은 뉴미디어를 통해 세계와 만나게 될 것입니다.
백남준 선생이 시대에 한 획을 그은 비디오아트도 우리 도서관을 통해 새롭게 피어나길 원합니다.
BTS로 대변되는 한류의 기저에는 컴퓨터 음악기법과 기획연출 뿐아니라 세계인과의 소통이라는 키워드 속에 공감과 평화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지역 내의 다양한 예술인들이 기꺼이 주민들과 소통하고 서로 생각을 엮어 창작의 기쁨을 공유하고 전파할 수 있다면, 그 자연스런 파동은 지역을 넘어 멀리 확산될 것으로 믿습니다.
일반 주민들과 청소년 그리고 지역예술인들이 뜻을 합해 만들어내는 도서관 운영은 자연스럽게 주민 거버넌스로 연결될 것입니다. 도서관의 주인은 주민이고 또 그렇게 만들겠습니다.
2021년 1월, 도서관 개관을 앞두고 선생님의 뜻을 다시 새겨봅니다. 그리고 다짐해 봅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세대, 지역, 계층 사이의 벌어진 공간을 메우고 서로 공감하며 어루만져 주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함께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 더 따뜻해지기를 소망합니다.
당신이 무겁게 건너셨던 발걸음과 뜻을 저희들이 놓치지 않고 따라가겠습니다.
과거의 환난은 극복되고 지금은 민족 도약의 시대입니다. 후손들의 활기찬 몸짓, 마음짓을 넉넉한 웃음으로 따뜻하게 안아 주시고 살펴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