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9차 전력계획, ‘탈원전’ 계획 장기 로드맵?

2021-01-14     조성준 기자
조성준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정부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2020∼2034년)에 대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탄소중립’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상을 보면 그것은 명분일 뿐이고, 탈(脫)원전 계획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차 계획’ 주요내용을 보면 2034년까지 가동연한 30년이 도래하는 석탄발전 30기를 폐지하고, 이 중 24기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원자력발전은 단계적 감축에 따라 현재 24기에서 17기로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는 발전설비 용량을 4배가량 증설하기로 했다. 석탄연료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고, 원자력 비중을 대폭 줄이는 대신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9차 계획은 발표 시점부터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 실행과제로 제시된 전력 수급 방안이 따지고 보면 친환경과 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석탄발전과 LNG발전은 탄소와 미세먼지 배출 정도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석탄발전소 상당수를 LNG발전소로 전환하는것도 그렇거니와 현재 전체 전력량의 40.4%인 석탄발전 비중도 2030에 29.9%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과연 탄소중립을 위해 얼마나 큰 효과를 볼 지 미지수다. 정작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원자력 발전이 가장 적합하다. 원전은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해 어떤 에너지원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친환경 발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9차 계획에 신한울 3·4호기가 원천 배제되는 등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도 원전은 폐기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에너지 계획이 탈원전이라는 전제조건 하에 다른 에너지원 관리를 진행하는 인상마저 준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화석연료를 부정적으로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원전은 오히려 늘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중국도 미국을 넘어 세계 1위 원전대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도 탈원전 기조를 잠정 중단했다. 한 외신에 따르면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한 원전 기업을 찾아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적고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우리의 에너지와 환경의 미래가 원자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탈원전을 선언했던 일본마저도 탈원전 기조를 잠정 폐기했다. 탈원전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용량 증가를 구상한 것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는 설비비용 및 유지 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발전 효율성이 떨어진다. 에너지공단 등의 자료를 보면 그간 전국 6만여 곳에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19조원 가량이 쓰였지만 생산 전력은 건설비가 4조원도 안되는 신고리 4호기 원전 1기 수준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의 중간목표인 2025년 47.2GW 발전 목표를 달성하려면 4년 내에 분당의 6배에 달하는 면적이 필요하다고 한다. 실행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실행된다면 전기요금 폭등은 명약관화다. 정부는 이미 전기요금 개편안을 통해 탈원전 친환경 비용을 요금에 전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놨다. 이와 관련,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는 “재생에너지를 증설하면 이에 따른 보조금, 보조발전설비 증설과 유지 운영, 송배전망 확충, 전력저장 등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이번 계획에는 이런 비용이 산정되지 않아 향후 전력요금 인상폭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고 우려했다. 친환경·고효율이라는 장점도 포기하고, 전기요금 인상 우려가 있는 탈원전을 에너지 계획의 지상 과제로 설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