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에 이어 LGD도 안전사고…'안전불감증' 혁파 절실
LGD 파주 공장서 독성 물질 누출…6명 중·경상
6년 전 같은 공장서 비슷한 사고 발생
2022-01-14 정두용 기자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LG화학 인도 공장 가스누출·충남 대산 화재 사고가 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또다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14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P8 공장 3층에서 전일 오후 배관 연결 작업 중 유해 물질인 수산화 테트라메틸 암모늄(TMAH)이 누출돼 중상 2명·경상 4명이 발생하는 사고가 났다.
협력사 직원 2명이 이 사고로 심정지 상태에 빠졌으나 심폐소생술 조치를 받고 현재는 다행히 심폐 기능이 돌아와 회복 중이다. LG디스플레이 응급구조사 3명은 사고 수습을 위해 내부에 들어갔다 경상을 입었다. 이 밖에 다른 협력사 직원 2명도 경상으로 분류되는 피해를 봤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사고 현장에 감식반원들을 보내고 합공 감식을 진행, 누출의 직접적인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누출된 TMAH는 반도체 세척 등에 사용되는 무색 액체로 독성·부식성·가연성 등을 지녀 치명적인 유해 물질로 분류된다. 소방당국은 이 사고로 300∼400ℓ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6년 전 이와 비슷한 유해 물질 누출 사고를 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파주 공장에서 지난 2015년 1월 12일 장비 유지보수 작업을 하던 중 밸브가 열려 질소 가스가 누출됐다. 이 사고로 30대 근로자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LG디스플레이의 당시 사고는 2015년 1월 1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의 시행으로 안전 관리가 강화된 직후 발생해 사회적 질타를 받았다.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한지 5일 만에 발생했다. 중대재해법이 ‘공포일로부터 1년 뒤 시행’이라 이번 사고는 적용 대상에서 벗어났지만 기업 책임을 강화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태라 비판이 거세다. 더욱이 6년 전 사망 사고가 났던 공장에서 이번에도 비슷한 원인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해 LG디스플레이에 무거운 책임이 부과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LG디스플레이의 사고로 LG그룹의 안전 관리 부실이 또다시 수면위로 나타났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환경운동연합이 화학물질안전원 홈페이지와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화학사고 613건 중 LG그룹에서만 13건이 발생했다. LG그룹은 이 기간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이 화학 사고를 냈다.
LG화학이 지난해 5월 인도·충남에서 잇따라 사고를 내 인명피해를 끼친 후 불과 8개월 만에 또다시 유해 물질이 누출된 점도 비판 대상이다. LG화학은 지난해 5월 7일 인도 LG폴리머스 공장에서 석유화합물 소재 원료인 스타이렌 가스가 누출 사고를 냈다. 당시 내 인근 주민 최소 15명이 숨지고 약 1000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같은 해 5월 19일에는 충남 서산시 LG화학 대산공장 촉매센터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2명이 화상을 입었다. LG디스플레이도 같은 해 5월 14일 구미공장에서 화학물질이 누출, 직원 1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를 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자 대산공장 화재 발생 다음날 현장을 찾아 “안전·환경 사고에 대해 모든 경영진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원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전일 사고 발생 후 정호영 사장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고수습 대책본부를 설치, 유관기관에 적극 협조해 원인규명 및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번 사고 발생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사고 원인조사, 재발방지대책 등 제반 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부상자 치료를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