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끊이지 않는 상표 브로커 문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TV프로그램 ‘골목식당’은 국내 외식업계의 마이다스의 손 백종원씨가 등장해, 열심히 살아가지만 장사가 잘되지 않는 외식업 사장님들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이를 고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고, 식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 반드시 지켜야할 장사의 기본원칙을 일깨워 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취지의 방송이다.
그런데, 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하였던 한 식당의 사장님이 오랜 기간 열정과 노력을 다해 독창적으로 개발한 메뉴와 음식명이 타 업체에 선점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포항 죽도시장 근처에 있는 한 식당의 사장님은 죽이라는 메뉴를 연구해 무려 100여가지의 레시피를 만들었고, 수많은 시도와 실패 끝에 ‘덮죽’이라는 메뉴를 탄생시켜 백종원씨의 극찬을 이끌어 냈다. 밥에 양념과 건더기가 있는 소스를 얹어서 먹는 음식을 덮밥이라고 하듯이, 죽에 건더기가 있는 소스를 얹어서 먹는 메뉴를 개발하여 ‘덮죽’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소고기, 해물, 부추, 시금치, 양파, 당근 등 건강에 좋은 재료를 죽에 함께 얹어서 먹는 메뉴로, 맛도 좋고 먹기도 편안한 아주 독창적인 창작물이었다.
그런데, 서울의 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이 덮죽의 레시피와 이름을 그대로 베껴서 마치 자신이 만들어낸 메뉴인 양, 여러 가맹점을 내고 심지어 “덮죽덮죽”이라는 상표등록까지 한 사태가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영세한 식당 사장님들이 장사만 할 줄 알았지, 상표권의 중요성을 잘 몰라 가게의 명칭이나 메뉴 이름에 대한 상표출원을 잘하지 않는 허점을 잘 알고 있는 다소 영악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상도를 벗어난 전형적인 행위였던 것이다. 이 프랜차이즈 업체는 이전에도 타 신생업체의 브랜드를 선점 출원하여 유사한 피해를 입힌 전력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포항 덮죽집 사장님의 눈물 어린 호소로 언론에 화제가 되었고, 불길 같은 비난 여론에 힘입어 해당 프랜차이즈 업체가 덮죽 사업을 접는 것으로 빠르게 해결됐다. 하지만, 만약 포항 덮죽집이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여론의 구제를 받지는 못했을 것이고, 약삭빠른 프랜차이즈 업체의 행동은 알려지지 않고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상표법은, 상표를 먼저 사용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수여하는 선사용주의가 아닌 먼저 특허청에 출원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수여하는 ‘선출원주의’를 취하고 있다. 선출원주의가 법적 관계를 좀 더 명확하고 안정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이 되고 있으나, 선출원주의는 포항 덮죽집 같은 사태와 같이 먼저 사용한 사람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허점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상표법은 유명한 연예인이나 방송 프로그램의 명칭의 경우, 해당 연예인이나 방송사 등 진정한 사용자 또는 권리자가 아닌 제3자의 상표권 등록을 허락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선출원주의 공백을 보완하고 있으나, 유명인이 아니거나 인기있는 방송에 소개된 경우가 아니라면 선출원주의가 원칙적으로 적용되어 먼저 사용했더라도 상표권을 타인에게 뺏길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특히, 상표권은 브랜드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권리이고, 경제적 가치를 갖는 무체재산권이기 때문에 선출원주의 맹점을 이용한 악의적인 상표브로커들의 끊이지 않는 먹잇감이 되고 있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 영세한 사업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라도 작은 권리라도 내 창작물은 반드시 법적 보호 장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