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선진화 방안은 속빈 강정'

최고경영자 제왕적 권한 등 '핵심사안'은 빠져
사외이사 권한 비대화로 '관치금융' 심화 우려

2014-06-18     강준호 기자
[매일일보 강준호 기자] 정부가 17일 제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두고 금융권에선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제왕적 권한이나 CEO·사외이사 임기, 공익이사 선임 의무화 등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은 빠져 ‘속빈 강정’는 지적이다.또 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강화해 ‘관치금융’ 현상을 심화하거나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18일 금융권과 금융소비자단체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박경서 위원장(고려대 교수) 등 7명의 민간 위원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등 정부 인사 2명으로 구성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모색해 왔다.하지만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진행된 공청회에서 공개된 선진화 방안에는 그동안 지주사 CEO의 제왕적 권한, 사외이사 임기, 공익이사 선임 의무화 등 지주사와 관련된 사안은 논의만 됐을 뿐 최종안에 모두 빠졌다.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번 선진화 방안은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접근보다는 기존의 틀 안에 갇힌 채 사외이사나 CEO에 대한 약간의 변화만 꾀한 수준으로 그 효과가 의심스럽다”며 “사회적 책임과 요구를 고려해 변화를 모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선진화 방안이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지주사와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선진화 TF 토의에서 원론적인 부분부터 이견이 있어 성급하게 방안을 내놓는 것보다 외국사례와 국내 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체계를 잡아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 강화에 대한 지적도 있다. 금융사 대부분의 사외이사에 금융당국 등 관료출신이 차지하고 있어 사외이사의 권한을 강화할 경우 ‘관치금융’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또 금융회사 내부 사정에 밝지 못한 사외이사에 지나치게 권한을 집중하면서 이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 나머지 진입 장벽만 높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조남희 대표는 “사외이사는 강화된 힘을 이용해 금융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며 “금융당국은  사외이사를 밀어넣어 이들을 통해 금융사의 관리를 강화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계열사 CEO를 넘어 임원까지 추천하도록 권한을 강화하면 책임 경영이 사라지고 사외이사의 입김만 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하는 측면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강화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금융회사 전문경영인이 아닌 사외이사의 역할은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서도 금융위 관계자는 “일부 지주사의 사외이사 권한이 너무 비대한 것이 주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며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주사 사외이사의 권한이 강화된 것처럼 보여진 것”이라고 답변했다.그는 “사외이사의 권한이 강화됐다기보다는 투명성을 강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