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 횡령 누구 책임? 동아건설-신한은행 '진실게임'

2010-07-16     매일일보
【서울=뉴시스】동아건설 직원들의 900억원 횡령사건을 두고 수탁은행인 신한은행과 동아건설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찰 수사결과에 따라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질 전망이다.서울 광진경찰서는 14일 은행에 보관된 회사의 채무변제금 약 900억원을 빼돌린 동아건설 자금담당 과장 유모(37)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인 자금담당 부장 박모(48)씨를 같은 혐의로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위조한 지급청구서로 8차례에 걸쳐 신한은행 특정금전신탁계좌(에스크로계좌)에 예치된 채무 변제금 890억여원을 위조계좌로 빼돌려 챙겼다.이에 대해 동아건설은 15일 수익자와 수익자별 지급한도를 무시했고 예치금의 지급내역을 회사측에 통보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됐다며 신한은행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건설 측은 “신탁자금 1567억원의 수익자는 142명의 채권자로 수익자(채권자)별 지급한도가 정해져 있다”며 “동아건설의 지급한도는 14억원에 지나지 않지만 수탁은행은 수익자 및 지급한도 등을 확인하지 않고 870억여원을 동아건설의 위조 계좌로 입금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금전신탁계약에 대한 특약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매달 신탁재산의 운용내역과 지급내역을 동아건설에 제때 통보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피해를 확대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신탁계정 자금의 손해 책임은 근본적으로 수탁은행인 신한은행에 있다”며 “향후 경찰의 수사 진행 결과에 따라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같은날 동아건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역공에 나섰다. 신한은행 측은 “박모 부장 등은 기존에 해오던 방식 그대로 인출일 전날 은행 신탁부에 전화해 수익자를 지정하고 다음날 자금을 인출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신한은행 신탁부는 지정해 준 수익자의 규정변제금 범위 내에서 자금인출이 이뤄지도록 조치했으며 영업점의 자금인출 절차는 정당했다”고 반박했다.또 “신탁부 직원은 자금 인출 이후에 곧바로 동아건설에 사실을 통보했다”며 “신탁재산 지급내역을 통보하지 않았다는 동아건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받아쳤다. 아울러 횡령 사건에 연루된 담당 직원과 법인 인감도 종전과 동일한 만큼 사건의 근본 책임은 법인 인감과 직원 관리에 소홀한 동아건설에 있다는 것이 신한은행 측의 주장이다.동아건설이 주장한 위조계좌에 대해서도 “박모 부장 등이 유용한 자금은 위조계좌가 아닌 동아건설의 실제 운영계좌로 이체된 것”이라며 “3개월간 900억여원에 달하는 금액이 동아건설의 계좌에 입금됐음에도 입금내용과 출처에 대해 회사측이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횡령자금이 예치된 특정금전신탁의 성격 해석도 엇갈렸다. 동아건설은 “신한은행에 신탁된 자금 1567억원은 회생법인 동아건설의 운용자금과 파산법인 동아건설의 채권 변제금을 명확히 구분키 위한 것”이라며 “회생절차가 끝난 이후에 동아건설이 임의로 사용치 못하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신한은행은 “동아건설의 금전신탁 목적은 자금유용 방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채권자들이 가압류나 압류 등 채권보전조치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한은행은 오로지 동아건설로부터 지정 계좌로 입금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그에 따라 입금 처리하는 것일뿐”이라고 설명했다.양측의 주장이 이처럼 엇갈림에 따라 횡령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한편 동아건설은 2001년 5월 파산한 뒤 회생절차를 거쳐 지난해 3월 프라임그룹에 인수됐다. 이번 횡령자금은 당시 동아건설 관리인이 채무 변제를 목적으로 에스크로계좌에 넣어둔 1567억원의 일부다./제휴사=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