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장세에 글로벌 투자자금 '단기 부동화'
초단기 금융상품에 몰려 '관망세'
2014-06-18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시장 전반에 깔리기 시작한 지난달 이후 글로벌 투자자금이 현금화가 용이한 단기 금융자산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8일 금융투자업계와 EPFR(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이후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MMF에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4주간 228억2000만달러(25조6800억원)가 유입돼 펀드의 총자산 대비 유입액을 뜻하는 유입강도는 0.72%로 나타났다.MMF는 지난 2011년 이후 순유출을 기록했지만 최근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증시가 변동성 장세를 기록하면서 갈 곳을 잃은 투자 자금이 이 상품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반면 고위험·고수익인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서는 같은 기간 122억달러가 유출돼 3.14%의 높은 유출강도를 보였다.또한 미국 단기 국채는 낮은 금리를 유지하며 채권 시장에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3개월물 국채 금리는 3월 말 0.09%까지 올라갔으나 이달 들어 0.05%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1개월물도 0.1%에 근접했다가 0.04∼0.05%에 머물고 있다.자금회수가 빠른 단기 상품에 투자가 몰린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쪽으로 추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지난달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의사록에서 일부 의원의 양적완화(QE) 축소 언급이 시장에 전달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불안한 형국이다.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면서 각국의 증시는 직격타를 맞았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2000선에서 시작해 급락을 거듭, 지난 17일에는 1883.10을 기록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촉발된 투자자금의 부동화는 단기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융위기 이후에도 단기 자금의 부동화 현상은 일시적으로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특히 국내 시장 전문가들은 선진국들이 시중에 자금을 푼 이후 돈이 몰렸던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일어나는 조정에 주목하면서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간 적절한 자산 배분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미래에셋증권은 EPFR 자료를 분석해 최근 3주간 신흥국 주식·채권의 순자산가치(NAV)가 8.9% 하락해 선진국 하락 폭 6.1%을 넘었을 만큼 신흥국 자산의 변동성이 크며 그 중에서도 채권이 주식보다 출구전략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공급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자산부터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채권 자산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신흥국 채권, 선진국 채권, 신흥국 주식, 선진국 주식 순으로 취약하다”고 분석했다.그는 이어 “미국의 1, 2차 양적완화 종료 때를 보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단기 조정 후 우상향했다”며 “양적완화 종료는 경제 회복을 뜻하므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으며 시장 변동성은 어느 정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