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양형’ 준법감시위 활동 진정성 인정했지만… 실효성 벽 못 넘어
재판부 “이재용 준법경영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
“새로운 유형 위험 예방 부실 및 컨트롤타워 관리 허점” 지적
2021-01-18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받아 법정구속된 것을 두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양형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활동을 두고 노력과 진정성은 인정했지만, 실질적인 실효성에 대해선 부정적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준법감시위에 대해 “전문심리위원 결과와 특검, 변호인 쌍방 주장 및 제출 자료 등 종합했다”며 “개별 계열사에서 독립해 설치된 감시위의 권한과 역할, 준법조직 사이의 유기적 연계, 위법행위 신고 시스템 구축 등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피고인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함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실제 준법감시위 출범 후 삼성의 준법경영 문화는 빠르게 확산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경영권 승계 논란 사과 및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을 직접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지난 14일 단체협약안에 최종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준법감시위 실효성 부분에 대해서는 기준점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효적 준법감시는 법적 평가로부터 시작된다”며 “준법감시위는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 위험에 대한 위험 예방 및 감시 활동에 이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그룹 내 준법감시망이 촘촘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재판부는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에 대한 준법감시는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다”며 “준법감시위와 협약 체결한 7개사 이외의 회사들에서 발생할 위법 행위에 대한 감시 체계가 확립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정치권력에 뇌물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했던 허위 용역계약 방식을 독립된 법적 위험으로 평가하는 등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삼성의 준법경영 강화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 “(삼성을)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 제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 분명하게 약속드린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판부는 “큰 도약을 위한 준법윤리경영의 출발점으로서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서 하나의 큰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게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