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시민단체 ‘DJ 수사’에 한발빼기

열.민주 ‘분리전략’ - 한 ‘참여정부 공세’ 민노 ‘특검’

2005-08-06     매일일보
 국정원이 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에서도 4년여간 불법 도.감청을 했던 사실을 고백하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독재 정권의 불법 도.감청의 피해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까지 불법 도.감청이 이뤄진 사실은 국민의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이에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수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불법 도.감청과 'DJ' 사이에 선을 긋는, 분리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공세의 초점을 김대중 정부 당시 안기부 기조실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이강래 의원 등 참여정부 공세에 맞추고 있다.민주노동당은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더욱 더 강도 높게 촉구하고 있으나 DJ의 수사 요구는 하고 있지 않다. ‘도청 X파일’이 파문을 일으키자 마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 등과 전현직 검찰 관계자들을 고발했던 참여연대도 한발빼는 모습이다.

열.민주 “DJ의 지시까지 어기고 이런 일을 벌이다니” 분리 전략

열린우리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불법 도.감청과의 무관함을 적극 알리고 차단막을 치기에 바빴다.열린우리당 배기선 사무총장은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기간동안 불법감청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계속했고 합법적인 감청조차도 가능한 한 최대한 자제하라고 거듭 얘기한 걸로 모든 자료에서 나오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에서 관행적으로 관습적으로, 또 국정원은 여러 가지 대공업무를 비롯한 비밀스러운 업무 때문에 이런 일이 이루어졌는지 모르나 대통령의 지시까지 어기고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배 사무총장은 이어 “김대중 대통령 본인도 모르고 있었던 일이 자기가 대통령 시절에 없애라고 지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있었다는 것은 국정원이 그동안 얼마나 잘못된 관행 속에서 일을 해왔는지 알 수 있다”며 “저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이런 것은 전혀 근거도 없고 그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는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배 사무총장은 “오늘 국정원의 과거실태에 대한 자기고백은 진실규명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역대정권에서 벌어진 도청의 모든 진실과 모든 도청내용들은 철저하게 조사하여 독재정권의 잔재를 청산하고 국민적 의혹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민주당도 열린우리당과 같은 반응을 보이면서도 현 정부에도 불법 도.감청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 입장차를 드러냈다.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초 국정원을 방문하여 불법 도.감청의 근절을 강력하게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뜻이 현장에서 반영되지 않은 것은 심히 유감이다”고 말했다.유종필 대변인은 이어 “현재도 불법 도.감청이 있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의구심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지금 미림팀의 도청 테이프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을 준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발표를 면밀하게 분석 중이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한나라 "DJ수사는 적극성 없다“ 민노 ”수사대상은 특검에서 판단할 일“한나라당은 이와관련, 김대중 정부 시절 불법 도. 감청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DJ 때리기’보다는 참여정부에 공세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현 정권의 도.감청 여부도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강재섭 원내대표는 “매번 도청은 없다고 하고 지금도 없다고 하지만 이를 믿을 사람은 없다”며 “김영삼, 김대중 정권까지 도.감청을 했다면 이에 관여했던 현직 인사들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과거에 DJ 기아차 발언을 놓고 참여연대의 DJ 고발을 주장했던 것은 참여연대가 특정인은 꼭 집어 고발하고 DJ는 상대적으로 빠뜨렸었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었을 뿐이다”며 “한나라당에서는 DJ수사에 대해서는 적극성은 없다”고 말했다.이정현 부대변인은 이어 “이번 사건의 내용도 명확히 잘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며 “특검에도 특정인을 명시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민주노동당 홍승하 대변인도 “글쎄..필요하다면 DJ도 조사가 될 수 있겠지..”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당은 특검법에도 구체적인 대상은 특검에서 판단하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DJ 고발 계획 아직은 없다”

한편, 참여연대 이재명 투명사회국장은 “DJ가 도청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조사를 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고발은 확정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어 “이미 우리는 국정원을 2002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한 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희원 기자 <폴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