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삼중수소’ 논란, 유해성 과장돼 비화 조짐
유해성 여부 두고 학계서도 논쟁…‘무시해도 될 수준’ 지배적
2021-01-20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최근 월성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방사성 물질(삼중수소) 검출 문제를 두고 인체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지난 17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월성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그런가하면 전날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월성원전 1·3호기를 찾았고, 탈핵단체 등 시민단체는 원안위의 조사단 구성에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피폭량을 ‘바나나 3~6개’를 먹었을 때의 삼중수소 섭취량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등이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은 바나나 6개(섭취), 멸치 1g(건멸치 0.25g 정도 섭취) 정도”라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백 교수는 또 “바나나에 함유된 칼륨과 달리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서 결합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원자력 학계 등 관련 전문가 집단은 대체로 미량의 삼중수소 피복량에 대해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가 18일 ‘월성원전 삼중수소, 정말 위험한가’라는 주제로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정용훈 KAIST 교수는 경주월성·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가 2차례 진행한 월성 원전 인근주민에 대한 체내 삼중수소 농도 분석 결과를 근거로 “1차 조사에선 리터당 평균 5.5Bq(베크렐), 피폭량은 약 0.6μ㏜(마이크로시버트), 2차조사에선 리터당 평균 3.1Bq, 피폭량은 0.34μ㏜로 나왔다”며 “1차 조사 결과는 바나나 6개, 2차 조사 결과는 바나나 3.4개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피폭량”이라고 설명했다.
강건욱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교수와 이재기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 등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강 교수는 “바나나뿐만 아니라 쌀, 버섯, 육류, 생선 등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에 삼중수소가 들어있다”며 “미량의 삼중수소가 인체에 들어오면 10일 정도 지났을 때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삼중수소는 우리가 접하는 물에는 어디나 있다”며 “몸속 수분에도 약 0.5~1 Bq/L 정도가 상존한다”고 강조했다.
월성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새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반박했다. 정 교수는 “월성 원전 삼중수소의 최종 배출 농도는 약 13Bq 수준이었다”며 “배출기준인 4만Bq에 한참 못 미치는 낮은 농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인 물에서 리터당 71만3000Bq가 검출된 원인은 공기 중에 있던 삼중수소가 고인 물에 스며든 영향으로 추정된다”며 “내부에 모르고 있는 액체 누설은 없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유해성 여부를 두고 정치권도 충돌 양상을 보이면서 조사단 구성 및 결과발표까지 많은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