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모바일 철수설’ 권봉석 CEO 입장문 낸 배경 두고 설왕설래
사업철수 극구 부인하던 LG, 돌연 CEO 메시지로 “모든 가능성 검토” 전환
시장 반응은 모바일 철수 기정사실화… LG는 직원들 고용안정 강조한 듯
2년간 ‘흑자전환’ 자신한 권봉석, 모바일사업 사업재편 마무리 의지 해석도
2022-01-21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2021년 모바일 사업 흑자 전환 목표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권봉석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0'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자신했다. 권 사장은 “지난해 이 자리(CES2019)에서 2021년 스마트폰 사업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도 반복했다.
“MC사업본부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습니다.”
1년 전 흑자 전환을 자신했던 권 사장. 그는 지난 20일 LG전자 직원들에게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21일 업계에서는 권 사장의 메시지가 나온 배경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LG전자 모바일 사업 철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회사 CEO 입장문이 오히려 ‘설’을 ‘사실’로 믿게 만든 것이다.
전날(20일) 권 사장 입장문이 전해진 뒤 LG전자 주가는 12% 넘게 치솟았다. LG전자가 만년 적자였던 MC사업을 철수할 경우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목표 주가를 앞 다퉈 상향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LG전자 주가는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가 돌연 자세를 바꾼 것도 의문이다. LG전자 모바일 사업 철수설이 수면 위로 오른 것은 지난 주말부터다. 당초 LG전자는 모바일 사업 철수를 강력히 부인했다. 최근 ‘CES2021’에서 LG 롤러블폰 일부 모습을 공개했으니 LG전자의 강경한 반응도 이해가 안 될 부분도 아니었다.
그랬던 LG전자가 돌연 태도를 바꿨다. 물론 사업 철수 메시지는 아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뿐이다. LG전자는 ‘철수설’로 동요하는 직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메시지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과 업계 반응은 다르다. LG전자가 이러한 시장의 반응을 예상할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모바일 매각 이슈가 오래됐다”며 “LG전자가 이번 발표를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를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구조조정과 선을 긋기 위해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메시지는 ‘고용 안정’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는 것을 ‘CEO 메시지’를 통해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고용안정은 사업 구조조정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실제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속적으로 인력을 줄여왔다. 2015년 7460명이었던 MC사업본부 임직원은 지난해 3824명, 지난해 3분기 3724명으로 감소했다. MC사업본부 내에서는 스마트폰 개발 프로젝트가 줄어들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은 꾸준히 이어졌다. 올해 MC사업본부 프로젝트도 과거보다 대폭 축소된 상태다.
사업 구조조정은 노조와의 대화가 필요하다. 철수 시 중소 협력업체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아 사전에 업체들과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2019년 LG전자가 경기도 평택 스마트폰 공장에서 베트남 하이퐁으로 모바일 생산 시설을 이전할 때도 관련 사안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업계가 권 사장의 메시지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2019년 평택 스마트폰 공장 이전으로 모바일 사업 몸집 줄이기를 주도한 이가 당시 MC사업본부장인 권 사장이기 때문이다. 공장 이전보다 앞선 2019년 1월 CES2019에서 권 사장은 MC사업본부의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과 증권가에서 LG전자의 모바일 철수를 기정사실화한 만큼 돌이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MC사업 흑자 전환을 공언했던 권 사장이기에 본인이 어떻게든 매듭을 지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