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로나는 공연계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세종시티발레단 이승기 단장

2022-01-22     우성원 기자
세종시티발레단
[매일일보 우성원 기자]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가 이 땅을 덮은 지 1년, 누구도 이런 변화를 준비하지 못한채 고스란히 그 충격을 감내하고 버텨온 1년, 삶의 뿌리 자체가 흔들리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움켜쥐고 있는 이들은 누구보다 소상공인과 소위 비정규직의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중 우리가 얼핏 생각하기에는 어딘가의 보호를 받고 안정된 삶의 장치를 보장받고 있을 것 같은 문화예술분야 역시 큰 위기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국공립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으로서 운영되지 않는 민간예술단체들은 경제적 관점에서는 단지 영세적 소상공인이며 그 구성원들은 비정규직인 프리랜서일 뿐인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순수예술단체들은 코로나 이전에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좁은 생태계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싸워왔다면 이제는 코로나로 인한 대면접촉의 박탈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대체 어디로 갈지 방향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창단 3년째를 맞은 세종시티발레단의 이승기 단장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자생을 해야 하는 소규모 예술단체들은 그간 어떻게 살아왔으며 코로나 이후에는 어떠한 길을 모색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다. 다음은 이승기단장의 답변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 -세종시티발레단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기 바란다. 2018년1월에 세종특별자치시를 주 활동 지역으로 해서 만들어진 민간단체이며, 대학(무용과)을 졸업하고 막 사회생활을 하려는 젊은이들 4명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8명과 단원계약을 하고 있다. -계약의 형태는 어떤가 정규직인가? 4대보험은? 우리는 제로에서 처음 시작하는 신생단체이고 재단이나 지자체에 소속되지 않은 민간단체이다. 그 정도의 계약을 처음부터 줄 수가 없었다. 월급을 주는 계약이 아닌 공연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는 계약이다. 정규직고용과 4대보험제공은 우리단체의 목표이다.  -단체의 수익모델은 어떻게 되나? 연습은 매일 이루어지나?

다행히 우리에겐 상주하는 단원과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있다. 장소는 같이 운영하는 선생님이 자신의 학원 공간을 무상으로 빌려줬다. 서울에서는 아직도 전용장소를 확보하지 못해 필요한 시간만큼 대여를 해서 운영하는 단체들도 있다. 장소가 확보된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연습은 매일 하지는 못한다. 주 2~3회 4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
단체의 수익은 공연수익과 세종시문화재단의 보조금 지원이 크다. 공연수익은 주로 초청공연개런티이다. 세종시문화재단의 예술단체지원사업은 신생단체로서 큰 도움이 되어왔다.

-단원들은 생계를 어떻게 운영하나? 1년에 10~20회 있는 공연을 통해서 받는 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단원 대부분들이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10년 넘게 전공을 한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당장의 수익을 떠나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단체로서는 아직은 많은 수익을 보장해 주지 못하지만 최대한 많은 공연기회를 섭외하려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작년한해는 어떻게 버텼나, 코로나로 인한 위기가 오지 않았나? 당장 공연 횟수가 작년에는 3번 밖에 되지 않았다. 많은 공연기획과 문화행사등이 취소되었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공연활동을 통한 수익창출로 유지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지 못한 작은 단체였기에 숨 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앞으로의 예상은 하기 힘들다. 공연생태계자체가 과거와는 달라질 것 같다. -어떻게 달라진다는 말인가? 일단 강제적인 UNTACT 상황이 왔다. 발레공연을 라이브가 아닌 영상중계로 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공연주체나 관객들 모두가 반기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강제적으로 기술과의 결합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면 이제는 거기에 맞는 변화를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을 한다면? 관객의 시점이 아닌 카메라의 시점에서 작품을 창작해야한다. 클래식발레 또한 컴퓨터모니터와 공연장의 조명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랜선으로 확장됨으로서 관객의 눈이 많아지고 정확해 짐을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끼리 모여서 우리끼리 공연하고 박수치고 회식하고 집에 가는 그런 공연으로는 안 된다.  또한 적극적으로 관객을 발굴해야한다. 요즘의 관객들은 공연자체를 떠나 무대의 뒷모습, 연습장면, 발레라나의 일상 등에 대한 관심도 많다. 메인공연과 함께 그런 부수적인 메뉴가 다향해질 때 팬덤도 형성될 수 있으리라 본다. -적자생존, 변화에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 다는 말인가? 틀린 말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무용계가 힘들다. 우리 같은 작은 단체는 사라져도 티도 안 날 것이다. 근데 중요한 건 다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 -어떻게 준비한다는 말인가? 작품 제작적인 면에서는 기술적인 융합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경영적인 면에서는 자체적인 수익모델을 개발하거나 다양한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는 일이 될 것 같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힘들다는 게 가장 힘들다. 뭐 그래도 욕심내지 않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해 나가고,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면서 버텨나가겠다.  -분투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말은? 고맙다. 경제도 중소기업이 많아져야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처럼 문화산업도 작은 단체의 생존력이 강화되어야 문화발전이란 큰 나무도 자라게 된다고 생각한다. 관심 가져줘서 고맙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