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수요억제 규제로 집값이 잡히지 않자 공급 확대로 부동산 정책 방향을 전환한 정부는 서울 도심 새 아파트 공급을 위해 공공재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서울 도심에 새 아파트를 공급하려면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이 가장 효과적임에도 자칫 정비사업을 풀어준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줘 투기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계속 주저했다. 하지만 더이상 재개발을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나서야 공공재개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공공재개발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이 시행사로 참여해서 주택공급 및 주거환경개선 등을 촉진하는 재개발 사업이다. 올해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8곳(종로구 신문로, 영등포구 양평13, 양평14, 관악구 봉천13, 강북구 강북5, 동대문구 용두1-6, 동대문구 신설1, 동작구 흑석2)은 사업성 부족과 주민 간 갈등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서 평균 10년 이상 사업 진척이 없던 지역들이다.
단순 용적률만 120%로 늘려줄 것이 아니라 분양가 상한제 제외,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물론 정부에서 그냥 용적률만 늘려 주지는 않을 것이고 용적률의 20~50% 정도는 공공임대주택으로 환수하고 투기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8곳 모두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도심 새 아파트 공급과 기반시설이 낙후된 도심지역의 정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재개발 사업은 조합원들 간 잦은 분쟁과 조합 비리, 복잡한 인허가 절차, 부동산 정책에 따른 사업성 변수 등에 따라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투기수요가 유입되는 부작용이 컸다.
여러 문제로 제대로 사업이 되지 않는 도심 재개발 구역에 공공이 개입해 인허가 절차를 단순화함으로써 사업속도를 높이고 용적률 상향 조정을 해주는 대신 공공임대아파트를 늘릴 수 있는 공공재개발 사업은 좋은 공급정책이다.
지금보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 되던 2017년에 공공재개발사업을 시작했더라면 지금쯤 지지부진하던 도심 재개발 구역에 새 아파트 공사가 들어가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공급 확대, 낙후된 기반시설 확충, 정책의 신뢰도까지 높이는 1석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첫 삽을 뜨기 전에 차기 정부에 공이 넘어가는데 과연 이전 정부가 추진하던 사업을 이어서 열심히 제대로 할지는 의문이다. 또 8곳 시범지구에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0%까지 허용해 현재 1704가구에서 4763가구로 공급을 한다는데 3000가구 공급으로 서울주택시장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지금이야 사업진행이 지지부진하던 구역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공공재개발을 신청했지만 용적률 상향, 분양가 상한제 제외,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인센티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많은 비율의 공공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는 등 개발이익을 어떤 식으로든 환수해 가기 때문에 막상 사업이 진행이 되면서 수익성 분석에 들어가면 예상치 못했던 조합원들의 반발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공과 민간이 손을 잡고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이 공공재개발 성공의 키 포인트인데, 항상 그랬듯이 서로 상생하는 사업모델은 현실에서는 찾기 어렵다.
강남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부촌의 노후화된 아파트를 철거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 사업의 특성상 공공재건축 사업은 제대로 진행이 안되고 있지만, 인프라가 부족한 강북 낙후지역에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구역의 신청을 받아 시작하는 공공재개발 사업은 당장의 집값 안정 효과는 미약하겠지만 빠른 사업 추진과 도심 새 아파트 공급 확대, 조합비리 차단 등 긍정적인 효과도 크다. 지금 당장이 아닌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꾸준히 공공재개발 사업을 확대해서 제대로 진행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