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조세피난처 악재에 ‘악’소리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주 악재 민감...하한가 직행

2014-06-19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최근 정부가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법인과 인사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 등 고강도 압박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상장사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주가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리홈쿠첸과 부산방직은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하면서 시장을 마감했다. 다음날 리홈쿠첸은 장 초반 한때 6%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리홈쿠첸은 19일 역시 장 초반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6% 이상 급등했지만 장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폭을 반납해 결국 전일대비  35원(0.76%) 하락한 4600원으로 악재 여파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리홈쿠첸의 대주주는 부산방직 이동건 회장 장남인 이대희씨와 차남 이중희씨 외 8인(58.10%)으로 부산방직이 이중 18.69%(655만주)를 보유 중이다리홈쿠첸은 밥솥, 가습기, 홍삼중탕기 등을 만드는 생활가전 전문업체다. 리홈쿠첸은 하한가를 기록하기 전까지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가 연일 상승했지만 대주주인 오너일가의 조세피난처 설립 의혹이 부각되면서 급락했다.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에 따르면 부산방직 이동건 회장의 차남 이중희씨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Infinite Impact Holdings Limited ROUND PARK SERVICES LIMITED란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이런 상황에 동종업계 경쟁업체와의 특허권 분쟁소식이 더해져 낙폭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18일 리홈쿠첸은 공시를 통해 쿠쿠전자가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쿠쿠전자는 리홈쿠첸이 증기배출장치와 분리형 커버와 관련한 특허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이에 대해 리홈쿠첸은 “양사의 제품 작동원리와 구조가 달라 특허 침해의 소지가 없다”며 “법적인 절차에 따라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리홈쿠첸 관계자는 “쿠쿠전자가 지난 13일 법원에 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주주의 조세피난처 설립 관련 건은 개인적인 사항이라 회사 측에서 알고 있는 것이 없고 관여할 부분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인 동국실업 역시 조세피난처 악재로 몸살을 앓았다.뉴스타파는 지난 13일 박효상 갑을오토텍·동국실업 대표가 2007년 11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아트 그레이스 트레이딩’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밝혔다.박 대표의 페이퍼컴퍼니에는 대표적 차명인 EXECORP LIMITED가 등기이사와 주주로 등장하며 박 대표는 이 차명 이사와 주주를 사용하는 비용으로 연 1100달러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소식에 다음날인 14일 동국실업 주가는 7.43% 급락했고 이후 등락을 거듭해 13일 종가인 3500원에 비해 19일 종가는 전일대비 35원(1.06%) 하락한 3270원으로 15일 하루 오른 것을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세청․관세청 같은 세무당국을 비롯해 금융당국까지 연대해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법인 및 인물 등에 전방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국세청은 지난달 29일 버진아일랜드를 비롯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고 세금을 탈루한 역외탈세 혐의자 23명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조세피난처에 해외법인을 설립한 의혹을 받고 있는 효성과 한화생명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금융감독원도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 탈세 의혹에 휩싸인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과 이수영 OCI 회장, 조욱래 DSDL 회장 등 12명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금감원은 이들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면서 외환거래 신고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증시 전문가들은 일회성 악재로 주가가 조정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한 증권사 스몰캡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과 달리 코스닥시장은 작은 악재에도 투매가 유발될 수 있다”며 “실적이 훼손되지 않는 악재로 조정 받은 주가는 저가매수 기회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