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전기차 도약 원년”…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이정표 세우나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아이오닉5’ 출시 임박
‘애플카’ 협력 기대… 시너지 통한 지각변동 예고
2021-01-25 성희헌 기자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전용 전기차를 출시하는 가운데,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전기차를 잇달아 내놓는다. 현대차 아이오닉5부터, 기아차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까지 신모델이 줄줄이 등장한다. E-GMP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활용한 기존 전기차와 달리 전기차만을 위한 구조로 설계됐다.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 이용 시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5분 충전으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의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현대차는 준중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아이오닉 5’를 필두로 전기차의 새 시대를 열어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통해 디자인, 성능, 공간성 등 다른 전기차보다 경쟁 우위에 설 방침이다. 현대차가 별도의 전용 전기차 브랜드를 론칭하며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기아도 순수전기차 CV를 선보인다. 기아는 미래 전략 ‘Plan S’에 기반한 전기차 사업체제로의 전환을 진행 중이다. 이달 ‘자동차’를 떼며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새 출발도 알렸다. 2027년까지 CV와 고성능 모델을 비롯해 전용 전기차 모델 7개를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제네시스는 브랜드에서 처음으로 전기차를 선보인다.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전기차다.
게다가 정부가 친환경차 보조금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6000만원 미만 전기차 보조금 전액 지원 △6000만∼9000만원 50% 지원 △9000만원 이상 차량에는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현대차 코나를 구입하면 690만∼8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이오닉은 701만∼733만원, 기아 니로는 780만∼8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테슬라의 모델S는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작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인 모델3도 보조금이 329만∼684만원에 그쳤다. 모델3를 내세운 테슬라가 보조금의 40% 이상을 독식한다는 비판이 불거지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EQC 400,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재규어랜드로버 I-페이스 역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협력 논의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단숨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떠오를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시총 순위도 각각 4위와 10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양사 동맹에 대한 기대감이 실리며 유가증권시장도 출렁거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 또한 2024년까지 자율주행 승용차 생산을 목표로 현대차를 포함한 여러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관련 협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애플과의 협업과 관련해 다음달 재공시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 입장에서는 애플과 협력 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브랜드 인지도 개선도 노릴 수 있다. 게다가 상대적 보완점으로 평가받는 IT·SW 능력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단순 제품 공급 수준을 넘어 추가적인 경쟁력 강화로 미래 모빌리티 핵심인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까지 점쳐진다. 다만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만 폭스콘 역시 애플 아이폰을 단순 위탁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충전소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에도 국내 최고 수준의 350kw급 전기차 초고속 충전설비를 갖춘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을 구축하고 운영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SK네트웍스와 2017년 체결한 업무 협약을 바탕으로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소로 탈바꿈해 ‘클린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삼성 SDI,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3사와의 협업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과 연속 회동을 가진 가운데 올해 역시 ‘배터리 동맹’이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달에는 현대차가 3차 E-GMP 배터리 공급사를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