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납입금 유용’ 논란 불거진 보람상조
‘내 부모, 내 형제’ 돈처럼 마음대로?…고객 돈으로 계열사 ‘몸집 불리기’ 의혹
2009-07-17 류세나 기자
관련법 부재로 공금 관리 ∙ 감독 기관 없어…정책마련 시급
부금예수금 831억 vs 예치금 32억…서비스 제공 어떻게?
업계 1위 아성 불구 지난해 소비자피해 접수 2위 불명예
업계 피해사례 매년 평균 175% 증가
지난 2001년 6월께 보람상조의 이벤트에 가입한 안모씨는 최근 회원탈퇴를 하면서 환불을 요구했다가 보람상조로부터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한국 소비자원 게시판을 통해 불만을 털어놓았다.안씨는 글을 통해 “보람상조 방문판매를 하던 후배에게 ‘탈퇴시 회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59만원의 회비를 일시불로 납입, 회원가입을 했다”며 “최근 아버지 건강이 위독해 해당 업체에 장례문의를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과거에 있던 150만원, 200만원, 250만원 상품은 없어졌다. 350만원 장례상품을 할인된 310만원에 이용할 수 있게끔 해주겠다’였다”고 말했다.안씨는 이어 “과거 계약조건과 다르고, 다른 상조회사보다 가격도 비싸 회원탈퇴와 함께 59만원의 회비 반환을 요구했더니 돌려줄 수 없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안씨의 사례처럼 가입을 권유할 때는 달콤한 상술로 유혹해놓고 정작 약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조업체에 유리하게 적용된 경우가 다반사여서 피해를 호소하는 고객들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상조업 관련 소비자피해 접수는 2005년 44건, 2006년 81건, 2007년 136건, 2008년 234건으로 매년 평균 175%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공시자료 ‘부채투성이’…부채총액 무려 357억 왜?
특히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상조회사가 부도나게 될 경우, 소비자들은 그동안 납입했던 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또 상조업체 대주주나 경영자가 고객이 납입한 돈을 개인용도로 유용하더라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없어 획기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지 않는 한 상조업을 둘러싼 각종 부정과 비리는 독버섯처럼 확산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이런 까닭에 보람상조의 재무 경영성적표가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금감원 전자공시 재무재표에 따르면 보람상조는 지난해 말 기준 2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 회사의 유동자산보다 유동부채가 무려 668억 원이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채총액은 자산총액보다 357억 원 많았다. 또 관계회사에 대한 단기대여 미회수금도 57억 원에 달했으며 특히 행사 발생시 고객들에게 재투자되는 부금예수금이 831억 원인 것에 반해 이를 위해 금융권에 예치해놓은 금액은 35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대로라면 만약 보람상조가 도산하게 될 경우 고객의 대부분이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그런데 보람상조는 이 같은 상황에도 홍보비로 억대의 액수를 지출하고 부동산까지 사들이고 있어 “고객의 돈으로 사세확장을 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보람상조는 적자경영을 하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광고비로 32억 원을 사용했는가하면, 부산시 동구 수성동 토지를 구입하는 등 부동산에도 투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이와 관련 보람상조의 사업실적을 감사한 회계법인은 “회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납입금을 받고, 관계회사로부터의 채권회수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때 기업이 유지될 수 있다”며 “회사경영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말 그대로 현 상태라면 회사존립이 어렵다는 평가다.이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회원으로 가입하더라도 정작 서비스를 받아야할 상황에 닥쳤을 때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받거나 아예 서비스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 “투자 없이 고객들만 모집한 뒤 고객의 돈으로 돈을 벌려는 다단계와 다른 게 뭐냐” 등 보람상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일본의 경우 소비자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상조회사 설립을 허가제로 하고 고객 회비 중 최소 50%를 은행이나 보증보험사의 보증을 받도록 하는 고객보호제도를 갖추고 있다. 현재 보람상조는 부산상조 등과 함께 상조보증주식회사를 공동 설립해 위탁금을 예치하고 있지만 예치금액이 적을 뿐더러 예치 여부도 강제성을 띠지 않은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유사시 고객들이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될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이와 관련 보람상조 관계자는 “아직까지 상조업과 관련한 법이 제정되지 않은 탓에 현재 상조업체들은 일반기업과 같은 회계법에 적용받고 있다. 이 때문에 회원들이 납입한 돈이 모두 기록상 ‘부채’로 잡히게 돼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것처럼 비쳐지는 것 뿐”이라며 “부채로 잡혔던 금액은 고객에게 행사가 발생한 후 수입으로 잡히게 되는데 상대적으로 회원수가 많다보니 부채로 잡힌 부금예수금 또한 많은 것”이라고 재정위기 논란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또 장례식장, 병원 등과 부지를 구입한 것은 회사 운영에 필요하기 때문이었고, 이는 곧 고객을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며 사세확장 의혹도 부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과 한 관계자는 “관계법령이 마련된 상태는 아니지만 현재 상조업체들에 부채로 잡혀 있는 ‘회원에게 받은 돈’은 수익으로 봐도 무방할 듯 싶다”면서도 “단 만약의 경우 회원들이 한꺼번에 대거 탈퇴를 하거나 행사가 몰려서 발생한다면 상조업체에 대한 위험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분쟁시 피해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상조업계의 주장대로 상조업체의 실질적인 부채는 적더라도 현재 상조업에 대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미비하고 영세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탓에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이익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상조업체의 설립기준 자본금을 3억 원 이상으로 정하고 고객 납입금 중 일정 비율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개정안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의로 지난 3월 국회에 제출돼 6월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최근 정치권의 파행으로 인해 지금까지 상임위원회에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 한 관계자는 “관계법령이 없는 지금 상조업체와 계약할 경우 소비자들은 해당업체가 표준약관을 사용하고 있는지, 소비자피해가 다발하고 있는 곳은 아닌지를 꼼꼼히 살펴봄으로서 사전에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