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란에 5년만 인구이동 최대
2021-01-26 박지민 기자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인구 고령화와 교통·통신 등의 발달로 인구이동이 감소하는 추세인데도 지난해 국내 인구이동이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이동 인구 773만여 명 중에 300만 명이 주택 문제 때문이었다. 특히 ‘영끌 투자’(영혼까지 끌어 모아 주택 대출을 받는다는 의미)라는 신조어를 낳은 20~30대 젊은 층의 이동이 가장 많았다. 부동산 대란이 인구이동 감소 추세마저 뒤집은 것이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동자 수는 773만5000명으로 2015년(775만5000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나타내는 인구이동률도 15.1%로 2015년(15.2%) 이후 최대였다.
통계청은 “전년 대비 주택 매매 59%, 전월세 거래가 12% 증가하는 등 주택 거래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동 사유별로 살펴보니 주택이 사유인 이동자 수는 300만5000명으로 전체의 38.8%를 차지했다. 이어 가족(23.2%), 직업(21.2%) 순이었다. 최대 요인인 주택 사유 이동의 경우 전년보다 24만7000명 늘며 2014년(34만5000명) 이후 6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주택 사유 이동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폭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34만 명 달하는 20~30대 이동자 수가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이번마저 놓치면 영영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에 영끌 투자 열풍이 불었다. 이로 인해 아파트 매입이 늘어 젊은 층의 이동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서울의 경우 순유출 흐름이 지난해에도 계속됐는데 전출자의 65.4%는 경기로 이동했다. 영끌이 어려운 젊은 층 상당수가 서울 집값 폭등에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경기 지역의 20~30대의 순유입이 증가하면서 수도권 전체 순유입 확대에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