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 주가 하락...금융시장 '버냉키 충격'
[매일일보] 미국이 '출구전략'을 통해 유동성 공급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20일 한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 달러당 14원 치솟았고 코스피도 장중 1,850선까지 내려앉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오전 9시4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2.1원 오른 달러당 1,142.9원에 거래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0원 이상 오른 1,143.0원으로 출발, 장 초반 1,144.0원까지 올랐다.
이후 환율 급등에 따른 수출업체의 네고(달러화 매도) 물량이 다소 유입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1,14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양적완화 조기 축소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밝힌 의사록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예상대로라면 FOMC는 올해 말부터 양적완화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 강도가 예상보다 센데다 출구전략 가동 시기까지 명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신흥국 통화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연준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은 아직 멀었고, 미국의 경기 여건상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여 달러화 강세는 가파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1,900선 인근에서 횡보했던 코스피도 1,850선대까지 미끄러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 종가보다 23.94포인트(1.27%) 하락한 1,864.37으로 개장한 이후 오전 한때 1,856.90까지 하락폭을 키웠다.
오전 9시 33분 현재 전날보다 27.27포인트(1.44%) 내린 1,861.04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역시 전날보다 7.37포인트(1.39%) 빠진 524.05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모니터를 통해 시장동향을 주시하고 있다.<<연합뉴스DB>>국내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선물의 금리는 오전 9시 20분 전 거래일보다 14bp(bp=0.01%) 오른 2.95%를 나타냈다.
10년 만기 국채선물은 전날보다 17bp 오른 3.40%를 보였다.
외국인이 3년, 10년물 모두 순매수에 나섰고 기관은 매도 우위를 보였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줄어드는 분위기에서 버냉키 의장의 발언 충격에 시장이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이날 오전 9시18분 현재 전날보다 252.22 포인트(1.90%) 떨어진 12,993.00을 기록했다. 1.08% 하락 개장한 후 낙폭이 커지고 있다.
호주 S&P/ASX200 지수 선물도 같은 시각 4,784로 1.08% 하락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출구전략'으로 2004년 일어난 조정 국면이 올해 여름 재현될 수 있다"며 "아세안 증시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연준이 유발한 유동성 장세의 수혜를 봤던 금융시장일수록 '출구전략'에 크게 반응할 것"이라며 "양적완화 조치에 힘입어 채권, 주식, 부동산 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한 아세안 시장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날 뉴욕 시장도 출렁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06.04포인트(1.35%) 떨어진 15,112.19에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는 22.88포인트(1.39%) 하락한 1,628.93을, 나스닥종합지수는 38.98포인트(1.12%) 내린 3,443.20을 각각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