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국공항공사 원고 일부 승소 판결
"서울시, 9호선 부지 사용료 1억2000여만원 내라"
[매일일보 진용준 기자] 지하철 9호선이 통과하는 김포공항 부지 사용료를 놓고 서울시와 한국공항공사가 벌인 소송에서 법원이 한국공항공사의 손을 들었다.
서울남부지법 제11민사부(김성수 부장판사)는 한국공항공사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토지 1만4944㎡를 사용한 대가를 지급하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시에 "사용료 1억2000여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 손해금을 주고 지하철 9호선이 폐쇄되거나 원고가 해당 부지에 대한 권한을 잃는 날까지 연 1400여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서울시는 2002년 9월 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를 하면서 필요한 토지에 관해 공항공사에 사용승인 신청을 했다.
공항공사는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현물 출자 형식으로 소유권이나 관리권을 넘겨받은 토지를 서울시에 임대하고 나중에 사용료를 받는 조건으로 이를 허가했다.
이후 서울시는 2005년까지 사용 승인 기간을 세 차례 연장하면서 공항공사에 해당 부지를 무료로 쓰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공항공사는 이를 거부하고 유상 조건으로 사용을 연장해 줬다. 2005년 이후 서울시는 더는 사용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았고 공항공사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서울시는 2008년 공항공사에 "관련 행정부서에 문의한 결과 9호선 건설과 관련해 해당 토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렸고 결국 공항공사는 지난해 사용료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유상 임대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사용료를 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시가 애초 사용 승인 신청을 하고 공항공사가 이를 받아들여 둘 사이에 임대계약이 성립됐다는 것이다.
또 서울시가 계속 이 땅을 사용하면서 수익을 냈고 공항공사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점에서 계약이 암묵적으로 갱신됐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공항공사가 관리권만 넘겨받은 일부 땅은 소유권이 있는 경우와 달리 수익을 얻을 권한이 없어서 사용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용·수익 권한을 넘겨받지 않았더라도 임대계약이 체결됐다고 보는 한 피고는 계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