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배나은 기자]한진해운 전직 임원 2명이 근무 당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밝혀졌다.20일 독립 언론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영소 한진해운 전 상무는 지난 2001년 9월 6일 한진해운 서남아지역 부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사장과 함께 조세피난처중 하나인 사모아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이들은 페이퍼 컴퍼니를 새로 만드는 대신 페이퍼 컴퍼니 등록대행업체인 PTN사가 미리 만들어 놓은 로우즈 인터내셔널(Rhodes International Limited)의 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페이퍼 컴퍼니 설립을 중개한 곳은 UBS 홍콩지점으로, 조 전 회장의 배우자 최은영 회장 역시 이곳의 소개로 지난 2008년 10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한진해운 현 회장과 전직 임원들이 모두 UBS 홍콩지점을 통해 유령회사를 설립한 셈이다.
한진해운측은 사모아에서 어떠한 사업 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타파측은 사모아에 설립된 이 페이퍼 컴퍼니를 고 조수호 전 회장과 관련된 회사일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그것도 서로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던 두 사람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함께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페이퍼 컴퍼니가 만들어진 2001년 당시 김 전 상무는 서남아지역 부본부장으로 싱가폴에서 근무했었고, 조 전 사장은 미주지역본부에서 근무했었다.
김 전 상무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돌아가신 회장님과는 무관하게 설립됐고, 당시 직장상사의 요청으로 설립서류에 날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법인 설립 후 운영에 관여한 바 없고, 직장상사와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2008년 말에서 2009년 초 법인의 주주 및 이사지위에서 탈퇴했다”고 덧붙였다.그러나 그의 해명과는 달리 김 전 상무는 2010년 상반기까지 일반 주주가 아닌 Beneficial Owner(실소유주)로 등재돼 있었다. 김 전 상무는 2001년초 서남아지역본부로 발령나기 직전까지 비서실 부장으로 근무하면서 고 조수호 전 회장을 모셨다. 조 전 사장은 한진해운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조 전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자회사인 ‘한아름 종금’을 통해서도 다수의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했던 정황도 발견됐다.
한아름 종금은 IMF 외환위기 당시 퇴출 종금사의 정리 업무를 맡은 이른바 가교 종금사로 공적자금을 투입해 퇴출 종금사의 자산과 부채를 정리하는 업무를 맡았다.ICIJ는 입수한 데이터에서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인 PTN이 1999년 3월부터 2001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한아름 종금에 페이퍼 컴퍼니 세 곳의 연간 회계 보고서 등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는 팩스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수신자는 한아름 종금의 김모씨로 돼 있고, 수신처는 한아름 종금 사무실로 나와 있던 세개의 페이퍼 컴퍼니는 모두 가장 비밀스런 조세피난처로 손꼽히는 라부안에 설립됐다.뉴스타파는 한 페이퍼컴퍼니의 등기이사인 허용과 신상헌이라는 인물을 당시 예금보험공사 자회사 직원과 삼양종금 출신 인사로 추정하고 있다.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엔 삼양종금 출신의 진대권씨가 등기이사로 올라 있다.예금보험공사는 이들 페이퍼 컴퍼니는 한아름 종금이 직접 설립한 게 아니라 삼양종금이 만들어 운용하던 것을 퇴출이후 이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후 아무런 금융사고도 없이 자산을 정리하고 공적 자금을 회수했다고 주장했다.한편 예금보험공사측은 해외부실채권을 효율적으로 매각하고, 공적 자금을 원활히 회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조세 피난처 페이퍼 컴퍼니 운영과 관련해 자료를 공개하는데는 약 2, 3주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