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업제한 손실보상 법제화 조속히 서둘러야

2021-01-28     매일일보
박근종

[매일일보]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이제는 정부가 정한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할 때”라며 기획재정부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온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당도 야당도 코로나19에 따른 영업금지 또는 제한으로 손실을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을 발의하고 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방역지침을 성실히 따른 이들의 손실을 적극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기본 책무다. 정부와 국회는 신속하고 실효성이 있는 법제화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고통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1년이 넘도록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온 국민이 고통을 감내하며 내핍으로 용케 버티고 있다. 특히 우환질고(憂患疾苦)의 세 차례 큰 유행이 덮칠 때마다 정부의 영업금지와 영업제한 조처에 묵묵히 따랐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생계의 위협을 넘어 생존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정부에서도 이를 모를 리 없고 착한 임대를 외치며 임대인의 선의를 호소하고, 전기·가스요금 납부 유예와 감액, 일부 업소에 한정한 제한적 재난지원금 지원 등 대책을 내놨지만 임시방편의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최근 확진자 발생이 다소 완만한 내림세를 타고 주춤해지면서 집합금지 조치가 완화되고 있지만 집합제한 업종의 피해는 여전히 심각하다. 생계 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과태료를 내더라도 영업을 강행한 사례가 속출한데서 확인되듯,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인내는 한계상황에 다다랐다. 감염병 확산 방지정책에 따랐던 특별한 희생과 손실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은 근본적 해결책이 못되며 호응도 지속도 어렵다는 방증이다. 오죽하면 삭발 시위까지 벌이고 영업 중단 경고에도 가게 문을 열 수밖에 없는지 살펴보고 답을 찾을 때다. 벼랑에 내몰린 절박함과 버티고 일어서려는 사투의 몸부림을 보듬고 품어야 한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재정 부담을 우려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홍 부총리가 페이스북에서 밝혔듯 코로로나 위기 대응과정에서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지난해 43.9%로 올랐고, 올해는 47.3%로 늘며, 내년에는 50%를 넘을 전망이고, 5개년 중기재정계획 마지막 년도인 24년에는 59% 전후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적자국채 발행이 지난 해 약 104조원, 올해 약 93.5조원, 내년에도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고 국가채무 총액은 내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설 예정이어서 그의 고민은 이해되고 남음이 있다.

예컨대 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제정안을 적용하여 소요재정을 추산해보면 영업금지 업종은 손실 매출액의 70%, 영업제한 업종은 60%, 일반 업종은 50%를 지원한다면 1개월에 24조7,000억 원이 소요되며, 이는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26조5,000억 원 수준이다. 4개월만 해도 98조8,000억 원에 달하며, 이는 올해 예산 558조 원의 18%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그만큼 재정 부담이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당장의 위기를 넘자고 후대에 빚을 떠넘겨선 결코 안 된다. 그러나 지금은 전시에 준하는 비상상황이다. 확장 재정이 두려워 돈을 풀지 못하면 더 큰 비용이 드는 심각한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가파르지만, 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OECD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전한 것이 사실이고 정부도 이 점을 늘 강조해 왔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한 자릿수인 구미 선진국이나 일본과 달리, 취업자 2,652만6천명 중 자영업자는 644만 2천명으로 무려 24.28%나 되는 구조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공동체 유지를 위해서라도 공적 보상 체계는 서둘러 갖춰야 한다. 그동안 희생을 감수해온 이들이 더는 방역수칙을 지킬 수 없다고 버틴다면 감염병 통제는 더욱더 힘들어지고 사회적 손실과 수습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며 결국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한다. 

선진 외국에서 특히, 독일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기존 매출액의 75%와 임대료 및 인건비 등 고정경비의 90%까지 지원하고, 캐나다가 2주 단위로 약 86만 원씩을 지급하며, 영국이 연간 수입 5만 파운드 미만 사업자에게 월평균 매출의 80%를 지급한데다 현금 보조금으로 최대 9천 파운드(약 1,350만 원)까지 지급하고, 일본이 음식점과 주점 등에 저녁 8시까지 영업제한 조치를 내리며 협조하는 업소는 하루 6만 엔씩 월 180만 엔을 보상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실효성을 담보한 지속가능한 방역을 위해 피해 보상은 필수적이다. 법적 명분도 뚜렷하다. 「대한민국헌법」 제23조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49조제1항제2호에는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하며, 같은 법 제80조에서 ‘위반 시 300만원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으나 보상 근거는 없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입법 공백이 현존한다. 각종 재난에 대해 재난지역 선포 등을 통해 지원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도 참고할 만하다.

성공적인 방역을 위해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방역수칙 준수가 절대적이다. 방역수칙 준수를 위하여 영업을 금지하거나 제한했다면 그 공익을 위해 희생한 특별한 손실은 보상해줘야 한다. 정책은 타이밍이고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홍 부총리는 “영업제한 손실보상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래도 꼭 가야 할 길이라면 최대한 서둘러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 위기가 두려운 것은 내재된 ‘불확실성’ 때문일 것이다. 알 수 없는 정보와 기회, 위험이 혼재된 상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의 ‘검은 백조’라는 블랙스완(Black swan)은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그 충격과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건으로 금융위기가 발생이 그것이다. 지금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백조’라는 네온스완(Neon swan)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더 큰 위기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속히 보상대상 선정, 피해규모 산정, 재정여력 파악, 보상액수를 결정하고, 보상방법을 강구하는 공론화 과정을 갖고 우리 실정에 맞는 합리적 기준과 타협점을 찾아 법과 제도로 완성해야 한다. 차제에 미국의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 등이 “코로나 이후 주가상승 등으로 재산이 늘어난 부호의 재산 증가분에 60%의 세금을 한시적으로 매겨서 보건의료 재정으로 쓰자”는‘억만장자들이 부담케 하라(Make Billionaires Pay Act)’는 법안과 같은 맥락에서 ‘이익공유제’나 ‘특별재난연대세’같은 목적세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병행하여 각종 세제, 공과금, 사회보험료 등을 감면하고, 무담보·무이자 대출을 확대하여 경기회복 후 갚는 보완적 방법도 눈여겨 봐야할 것이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