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SK와이번스 매각, “야구 사랑 차이가 낳은 결과”

2022-01-28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SK와이번스가 신세계 그룹에 매각됐다. 신세계그룹의 이번 야구단 인수는 갑작스러운 발표로 야구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재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그룹 오너의 야구를 대하는 시각 차이가 낳은 결과로 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야구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이미 신세계그룹은 키움이나 두산 등 재정악화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두 구단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SK와이번스의 경우 재계 3위의 SK그룹이 운영하는 야구단인 만큼 결과가 나오기까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그룹 오너 간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 야구단 운영은 독을 든 성배와 같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야구단은 돈 먹는 하마와 같은 존재다. 프로야구단의 응원단장을 맡는 등 야구단 관리 경험이 있는 한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야구단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연간 300억~400억원에 달한다. 반면 티켓 판매와 선수들 관련 상품 판매 등 연간 수익은 50억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야구단 운영은 수익모델이 아닌 사실상 구단 이미지 브랜드 마케팅용이나 브랜드 제고용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야구를 사랑하는 오너도 야구단을 몇 년 운영하면 생각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야구단 운영은 쉽지 않다. 국내 야구팬들의 숫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은 미국 메이저리그나 유럽의 축구와 같이 스포츠 구단이 하나의 수익모델이 되기는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결국 오너의 깊은 야구 사랑 없이는 구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내 야구단이 표면상 재정적자를 기록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대부분 그룹 계열사들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룹 내 현금흐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야구단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SK와 같은 경우 사실상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만큼, 마케팅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대기업의 경우 팔고 싶어도 팬들의 저항과 반대에 부딪혀 매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재정 악화 등 명분 없이는 굴러다니는 돈 먹는 하마를 처분할 명분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SK그룹 역시 욕을 먹을 것을 감수하고 팔았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재정이 튼튼한 대기업에 넘겨 비난을 최소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한화그룹이 매년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화이글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오너가의 야구 사랑도 한 몫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김동관 사장도 야구단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야구단 운영에는 각별한 애정이 필요하다. 매년 적자를 보면서도 우승을 위해서는 적자폭을 늘려야 하고, 성적이 나쁘면 구단 프런트들이 가장 먼저 욕을 먹게 된다. 어쩌면 신세계그룹의 제안은 SK그룹에게 천재일우의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신세계그룹은 분명 야구단 운영에 최적화된 기업일 수 있다. 특히 이제 막 성장가도에 나선 SSG 홍보에는 더할 나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세계그룹은 기존 SK팬들을 얻고 라이벌팬들을 잃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타 구단 야구팬들이 이마트 등을 이용하지 않는(?) 사태는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야구를 연계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야구계 발전을 위한 신세계그룹의 노력을 야구팬들이 알아줄 것이라 믿는다. 야구단 운영은 어디까지나 팬들을 위한 기업의 투자이자 서비스 차원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라도 매년 300억이 넘는 비용을 들어가는 야구단 운영은 결정이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티켓 가격을 올려받기도 힘들고, 특히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티켓 수익마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그룹이 야구단 인수를 결정한 것은 결국 정용진 회장의 야구 사랑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야구팬들은 매각을 결정한 SK그룹을 비난하기보다 앞으로 신세계그룹이 팬들에게 보여줄 흥밋거리를 즐겼으면 한다. SK그룹은 재계에서 ESG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마추어 스포츠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비인기 스포츠의 부흥을 지켜보는 것도 스포츠팬의 즐거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