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 도심 고밀도 개발의 딜레마

2022-02-02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은형
[이은형 문화칼럼니스트·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재건축과 재개발을 억제하는 정책기조는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이런 규제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막는 목적을 가진다. 지금처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재건축 등이 이뤄지면 새 아파트의 가격 급등이 명백하다면 더욱 그렇다. 그 밖에도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정책은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를 근간에 담고 있다 집값 상승은 투기세력이 시장을 왜곡시킨 결과이고 정당하지 못한 소득이니 공공이 이를 환수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2018년에 발표된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에 이어 2020년에는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으로 그간의 정책방향을 전환했다. 지난 8·4대책이 제시한 도심 고밀도개발은 글자 그대로 혁신적이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규제가 완화된 것은 아니다. 이유야 어찌되건 현재는 강한 규제와 주택 공급 확대라는 투트랙이 병행된다. 그런데 문제는 대규모 재건축과 재개발을 배제한 상황에선 신규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들의 상당수가 2000년대부터 사업을 추진했기에 언제까지고 기약없이 억제하기도 어렵다. 민간사업인 재개발은 조합 내부의 문제만으로도 표류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이의 대안으로 정부는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을 제시했다. 전자보다는 후자의 여건이 상대적으로 낫긴 하지만 양쪽 모두 이익환수라는 개념을 수반하기에 단기에 활성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로서는 공공재건축에 한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식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쉽지 않다. 2019년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조항의 헌법소원에 합헌결정이 내렸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때문에 새로 짓기만 하면 100% 완판이 예정된 지금의 부동산시장에서는 재건축조합이 굳이 공공재건축을 선택할 요인이 더욱 줄어든다. 실제로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에 참여한 조합들의 면면도 한정적이다. 공공재개발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최근 발표된 공공재개발 후보지들은 모두 역세권이라는 점에서 외면적인 사업성은 높게 볼 수 있다. 만약 시범사업이 성공적인 예시가 된다면 공공재개발은 도심의 주택공급방안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번 후보지 공모에만 70곳의 사업지가 신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분양가와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가 기대만큼 제시되지 않으면서 공공재개발 철회를 검토하는 사업지가 알려진 것은 부정적이다. 금전적 사안이 쟁점이기에 해당 사업지에 정비사업 전문가 등의 코디네이터를 파견하는 것으로 봉합될 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도시 전체로 본다면 사업성을 높이려는 패스트트랙(fast track)같은 제도가 오히려 의도치 않았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빠른 사업 승인과 추진이 전제되면 분명 주택공급은 늘어나겠지만, 동시에 생활인프라를 포함한 주거환경과 조화로운 경관 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허가과정의 불법이 논란이 된 초고층 건물이나 용적률 완화기준이 중복적용되면서 특혜논란이 된 주상복합건물 등이 최근의 예시이다.

물론 공사물량이 없으니 재건축과 재개발을 전면 허용하자는 일부 건설업계의 무모한 주장을 수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대량의 주택공급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만큼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재건축과 재개발이 얽힌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낼 지에 대한 논의가 부각돼야 할 시점이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