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반입 막고, 가스·물 차단하고

꼬이는 쌍용차…강제집행 실패, 공권력 투입도 불투명

2009-07-21     특별취재팀

법원, 쌍용차 퇴거명령 강제집행 실패

[매일일보]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을 60일째 점거중인 노동조합을 해산하기 위한 법원의 강제집행이 수포로 돌아갔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의 박건 집행관은 20일 오전 10시께 법원 직원과 쌍용차 변호인, 사측 관계자 등 4명과 함께 공장 안 복지동 노조사무실을 방문해 법원의 퇴거 명령을 집행하려 했지만 노조의 저항에 막혀 포기하고, 이날 오전 11시30분께 돌아갔다.박 집행관 일행이 이날 공장 정문을 통해 노조사무실로 진입하자 노조는 강력 저항했다.박 집행관은 1시간30분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진입을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이날 오전 11시10분께부터 정문 앞에서 5분간격으로 확성기를 통해 최고 사실을 통보한 뒤 돌아갔다.법원 직원들이 돌아간 뒤 공장 본관 앞으로 집결했던 쌍용차 임직원 2500명은 본관 근무자와 연구동 근무자 등 1000여 명을 남겨놓고 공장 밖으로 빠져나와 공장 주변에 대기했다.이날로 두 번째 퇴거 집행에 실패한 법원은 내부 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이날 법원 집행관의 공장 진입에 맞춰 병력 400여 명을 노조가 점거 중인 도장 공장쪽으로 50여 m 정도 전진시켰다.경찰은 이날 34개 중대 3400여 명의 병력을 공장 주변에 배치하고 투입 시기를 조율했다. 119 구조대 등 소방관 260명도 구급차량과 소방차량 등 52대를 현장에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8시께부터 경찰 헬기 2대와 소방 헬기 1대를 공장 상공에 띄워 공장 안팎의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다.사측은 이날 오후 12시께 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장 본관에서 업무를 재개한 직원들의 신변보호를 경찰에 요청했다.사측은 나흘째 공장안 음식물 반입을 막은데 이어 이날 오전 10시53분께 공장안 가스와 물 공급을 차단했다.◇ 꼬이는 쌍용차 =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원들이 점거 중인 쌍용차 경기 평택공장에 대한 법원의 퇴거명령 집행이 20일 무산됨에 따라 경찰의 공권력 투입이 시기를 정하는 일만 남겨두고 있다.하지만 이날 노조 간부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면서 노사 간의 책임공방이 가열되는 등 사태가 점점 꼬여가고 있다.경찰은 공권력 집행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여론이 무르익기만을 기다리는 눈치다.이날 낮 12시께 노조 간부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노조 정책부장 이모씨(35)의 아내 박모씨(30)가 이날 오전 12시20분께 안성시 공도읍 S아파트 자택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산후우울증에 최근 파업사태로 인해 남편의 신변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정신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노조측은 긴급 성명을 내고 "조합원 가족에 대한 사측의 회유와 협박, 파업파괴공작이 비극을 불러왔다"며 화살을 돌렸다.사측은 "평소 가졌던 우울증과 고인의 아버지, 시아버지가 잇따라 돌아가신 데다 정리해고 대상이 아닌 남편마저 파업에 가담해 벌어진 일"이라며 "사측은 노조원 가족들에게 어떤 목적으로도 연락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공권력 투입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던 경찰은 갑작스런 노조 간부 아내의 자살 소식에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도장공장 안으로는 시너와 휘발유 등 위험물질이 많아 진입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공권력 투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도 이날 오전 "법원에서 강제집행을 위한 경찰력 지원을 요청해왔고, 쌍용차 사측에서도 회사 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직원들을 공장 안으로 진입시킬 계획"이라며 "(공권력 투입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경기경찰청 관계자는 "도장공장 안으로 공권력을 투입하기엔 아직 여론이 무르익지 않아 경찰이 안게 될 부담이 크다"며 "조합원들에 대한 강제해산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