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줄인상 언제까지…소비자 ‘울상’
농·축·산물값 껑충…파 76.9%·양파 60.3% 치솟아
AI 확산에 따라 달걀 1년 전보다 40% 가격 올라
두부·통조림·즉석밥·햄버거 등 잇따라 가격 인상
국제곡물값 지속 상승, 8월 원유값 상승 등 변수
경쟁업체 가격 인상 등에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
2022-02-02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새해 들어 햄버거·사이다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품·외식 물가가 줄줄이 올라 서민들의 시름이 날로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농·축·수산물 등 먹거리 물가가 새해 첫달부터 치솟고 있다. 농산물은 폭설과 한파 등 영향으로 11.2% 상승하며 전월(11.3%)에 이어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쌀(12.3%), 파(76.9%), 고춧가루(34.4%), 양파(60.3%) 등 주요 품목의 상승폭이 컸다. 최근 한파와 폭설 등으로 작황이 부진하면서 사과(45.5%) 등 과실류 가격도 오름폭이 확대됐다.
축산물 가격은 11.5%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p) 끌어올렸다. 상승폭은 2014년 6월(12.6%) 이후 최고치다.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닭 살처분 등의 여파로 인해 계란값은 1년 전보다 15.2% 상승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일 기준 계란 한 판의 평균 소매가격은 1년 전(5264원) 대비 약 40% 상승한 7368원이다. 정부가 계란 긴급 수입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계란 가격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닭고기 가격도 7.5% 올라 2019년 2월(13.0%)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국내 AI 확산에 따른 산란계·육계 살처분이 이어지면서 공급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돼지고기(18.0%), 국산 쇠고기(10.0%) 물가도 상승했다.
이러한 원재료 가격 상승은 외식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단팥빵·소보로빵·크루아상 등 대표제품 90여종 가격을 100원씩 인상했다. 이에 단팥빵과 소보로빵은 1200원, 크루아상은 1800원에 판매된다. 또 롯데리아는 햄버거 단품 가격을 100~200원 올렸다.
비슷한 이유로 식음료 가격 조정도 연초부터 지속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달부터 칠성사이다·펩시콜라·마운틴듀·밀키스·레쓰비·핫식스·트레비·아이시스8.0 등 14개 브랜드에 대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평균 인상률은 약 7% 수준이다.
앞서 코카콜라음료도 지난달부터 편의점용 코카콜라 가격을 100∼200원 올렸다. 캔은 1400원에서 1500원, 1.5리터 페트병은 3400원에서 3600원으로 인상했다. 탄산수 ‘씨그램’도 1300원에서 1400원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동아오츠카도 편의점용 ‘포카리스웨트’ 245ml 판매가를 1300원에서 1400원으로 7.7% 올렸다. 편의점용 ‘오로나민C’ 120ml는 1200원으로 기존 대비 20% 올랐다. ‘데미소다’ 250ml 가격은 1200원에서 1400원으로 16.7% 인상했다. 해태htb 역시 편의점용 ‘평창수’ 2L 가격을 1400원에서 1500원으로, ‘갈아만든 배’ 1.5L 가격을 3900원에서 4300원으로 올렸다.
풀무원도 최근 두부와 콩나물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두부와 콩나물 가격은 10~14% 안팎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풀무원의 가격 인상은 2019년 2월 이후 약 2년만이다. 찌개에 사용되는 통조림류도 가격이 껑충 뛰었다. 샘표는 김치찌개 전용 꽁치 280g·400g, 조림전용 고등어 등 수산물 통조림 제품 4종을 평균 42% 올렸다. 동원F&B도 꽁치와 고등어 통조림 제품을 각각 13%, 16% 인상했다.
오뚜기는 다음 달 중 즉석밥 브랜드 오뚜기밥의 일부 제품을 약 7% 인상하기로 하고 최근 대형마트에 관련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여러 품목의 제품 가격이 인상됐지만 가격 인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관측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한 국제 곡물가격 여파가 아직 반영되지 않아서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2.2% 상승한 107.5포인트를 기록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곡물가격 상승세가 3개월 이상 계속되고 환율 흐름이 바뀌면 원가부담은 전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2분기 이후 가격 인상 모멘텀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다음 달에는 맥주와 막걸리의 주세 인상이 예정돼 있고 오는 8월에는 원유값 인상도 예고돼 있어 하반기까지 맥주, 막걸리 가격과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활용한 제품 가격 또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아직 경쟁업체들이 가격 인상 카드를 언제 꺼낼 지 고민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원자재 수입국의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에 따른 유통환경 변화, 수급과 가격 불안 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