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현금흐름 변화]친환경・사회책임, 기업 수익구조 흔든다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 중국이 글로벌 경제 독주…친환경・사회책임은 규제이자 기회
2021-02-03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친환경과 사회책임은 기업들에게 규제로 작용함과 동시에 새로운 수익시장을 열어주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이러한 동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무역 견제에도 높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실현했다. 중국시장에 부품과 완성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중국 전방시장인 유럽과 미국 등의 엄격한 환경 기준에 대응해야 하며 그 노력의 결과 기술장벽을 구축하고 새로운 수익창출 경로를 확보했다.
코로나를 조기에 해결하고 친환경 자동차 부품과 의료기기를 적극 양산한 중국은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독주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GDP는 2.3% 증가했으며 사상 처음 100조 위안을 넘었다. 코로나에 대응해 전기차를 중심으로 내수 경기 부양에 힘썼던 중국은 이런 현지시장을 겨냥한 외국계 기업의 투자에 힘입어 외국인직접투자(FDI)도 4.5% 증가했다.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미국이 중국 IT기업을 규제하며 적극적으로 견제했지만 코로나로 달라진 신산업 영역의 성장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해관총서에서 지난해 마스크 등 방직물과 의료기기, 의약품 등 3개 품목을 합친 수출금액이 전년대비 약 31% 증가했으며 노트북PC, 태블릿PC, 가전제품 등 3개 품목을 합친 수출액은 22.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인 국내 기업들도 연관 산업 분야에서 성장이 부각된다. 중국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했던 삼성 반도체는 물론 LG의 전장부품, 배터리 신사업 등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 완성품 영역에서는 중국을 생략하고 유럽으로의 직수출이 커지는 추세다. 이 또한 친환경이 동력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수출은 코로나 타격을 받았지만 전기차 수출이 세계 4위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배터리전기차 수출이 전년보다 65.9% 증가한 39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차 수출(25억달러)을 넘어섰다. 이같은 전기차 신사업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국내 수출의 고질적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준다. 국내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유럽 비중은 20.4%였으나 친환경차 수출에서 유럽 비중이 68%까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환경규제는 기업에 비용증가 요소로만 인식됐지만 이제는 사업기회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 마찬가지로 친환경을 포함한 사회책임 영역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기업이 수익창출과 성장에만 집중하는 것은 더 이상 최선이 아니게 됐다. ESG 관리에 실패한 기업은 수익 측면에서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지난해 광양제철소에서 3명의 사망자를 낸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이 직접 사과하는 등 사고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론은 이러한 사고 기업에 전보다 더 큰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들은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와 CJ대한통운 주주총회에서 공익이사 선임을 요구할 것을 촉구했다. 포스코의 경우 산업재해 사고 문제와 더불어 환경오염 문제가 원인이 됐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발단이다. 향후 다중대표소송제나 스튜어드코드십 등 주주권 행사가 강화되면서 이러한 분쟁도 잦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돼 산업재해 예방에 실패한 기업들은 직접적인 수익 타격도 발생할 전망이다.